[강수지-이철]'손님 아닌 웬수!' 아옹다옹 10년
기사입력 1999년 04월 08일 14시 51분
"갈색으로 앞머리만 약간 염색을 하고, 부분 부분 옐로우 브라운 색을 넣는게 어때요. 아뇨, 머리 끝부분만요."
일본에서 활동중인 강수지가 최근 서울에 잠시 들렀다. 체류 기간이 짧은 만큼 이것저것 신경쓸 일 많았던 그녀가 짬을 내 달려간 곳은 서울 압구정동 `이철 헤어커커'. 데뷔때부터 드나들기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긴 세월, 곰삭은 정. 그만큼 둘 사이엔 흉허물이 없다.
"반갑냐구요? 아뇨, `웬수'에요. 다른 손님보다 10배는 더 힘들거든요."(이철)
손님 대부분이 "선생님 마음대로 해주세요"인 반면 강수지는 주문이 까다롭다. 자신이 반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워낙 이철과는 막역한 사이므로 말이 많아진다. 그러다보면 서로 속내까지도 털어놓게 된다.
"첫인상은 별로였어요. 영락없는 새침데기인줄 알았죠. 그런데 겪으면 겪을 수록 괜찮더라구요."(이철)
이철이 살짝 공개한 바에 따르면 강수지는 팬들의 비퍼에 일일이 메시지를 남기는 예쁜이. 지난해 TV에서 우연히 사연을 접한 무기수의 아들 김모군을 찾아가 격려, 지금까지 전화를 주고 받을 정도로 정이 많단다.
그래서 이철은 기쁜 마음으로 강수지의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헤어 변신을 책임져왔다. 같은 긴머리라도 음반 분위기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고심해온 것.
"선생님은 커트를 기가 막히게 잘 하세요. 평범해보이는 긴 머리도 이선생님이 자르면 달라보이죠."(강수지)
현재 이철은 세종대 사회교육원에 출강중. 런던의 비달 사순과 자매결연을 맺는 등 앞서가는 기획력으로 인정받은 그가 후진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있다. 기술은 기본,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창의성, 따뜻한 마음까지 가져야 한다는 게 강의 내용.
강수지의 표현을 빌면 이철은 이중 `마음'이 가장 훌륭한 헤어 디자이너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기술"이 대단하다고 한다.
`마음으로 머리를 자르는 가위손' 이철과 `마음이 예쁜 가수' 강수지. 그래서 둘은 천생연분인가보다.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