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통신] 한국 소개란에 인공기
기사입력 1999년 04월 05일 14시 24분
◇나이지리아 일간지 `뱅가드'의 4일자 1면 `청소년대회 참가 24개국 소개'란에 태극기 대신 북한의 인공기가 새겨져 대표팀을 아연실색케 했다.
북한과 오랜 수교관계를 유지해 온 나이지리아의 경우 `코리아'하면 대부분이 `북쪽'부터 생각하는 통에 이같은 실수가 빚어진 것.
지난 1일 대표팀이 숙소인 니케 레이크리조트호텔에 여장을 풀 때도 복도 입구 안내판에 `NORTH KOREA'로 표기되어 있어 한국선수단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서울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구입, 이곳에 와서 `컴퓨터 삼매경'에 빠졌던 이동국이 조금씩 `옆길로 새고 있다'는 소문이다.
맨 처음 `한글 타자 1분-100타'를 목표로 설정, 3일만에 돌파하는 천부적인 솜씨로 동료들을 놀라게 했던 그가 요즘 컴퓨터 게임인 `카드놀이'에 맛을 들였다는 것.
그의 변화를 두고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과 함께 일각에서는 "한글 타자를 너무 빨리 깨쳐 컴퓨터에 흥미를 잃은 것 같다"는 `이동국 천재설'을 내놓기도.
◇청소년팀 선수들이 4일 오전 숙소인 니케 레이크리조트호텔에서 1시간 동안 정신교육 시간을 가졌다.
강사로 나선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의 신동성 박사는 "팀 스포츠는 구성원이 7명 이상일 경우 개개인의 능력이 49％밖에 발휘되지 않지만（링겔만효과） 60％, 70％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자"고 당부.
◇청소년팀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에누구시 외곽 이켄가 연습구장에서 1시간여 동안 훈련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이날 훈련은 상대방의 양쪽 측면을 겨냥, 미드필드 진영에서 단번에 양쪽 모서리로 볼을 보내 공격로를 뚫는 전술훈련을 중점적으로 실시했다.
◇숙소에서 `창살없는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청소년팀 선수들이 만화 구하기에 나섰다.
나이지리아로 올 때 미드필더 나희근（20．아주대3）이 가져온 제주도 귀신얘기를 담은 장편만화（총 16권） `아일랜드'가 4권까지 밖에 없어 다음 얘기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앞다투어 `S.O.S'를 띄우고 있는 것.
견디다 못한 선수들은 나희근에게 "왜 4권만 가지고 와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드느냐"며 원망.
◇우루과이 기자들이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한국선수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수단 숙소인 에누구의 니케 레이크리조트호텔에서 한국 관계자를 만나면 "선수 좀 불러달라"고 애걸을 하는가 하면 한국선수가 나타나면 카메라를 들이대는 등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
이 팀의 빅토르 푸아 감독（43）은 4일 오후 은남디 아지키웨스타디움서 한국기자단과 가진 비공식 회견서 "한국팀에 대해 특별히 아는 것도 없고, 선수들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면서 "이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팀의 곽태호 주무（27）가 주부습진에 시달리고 있다.
선수들의 뒷바라지 등 팀 살림을 맡고 있는 곽주무는 선수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주방에서 요리사 김철곤씨를 돕다 손에 주부습진이 생긴 것.
◇한국 선수들의 상당수가 호텔의 침대 아래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다.
침대 매트가 스폰지처럼 지나치게 푹신해 허리에 통증이 생김에 따라 하나 둘 바닥으로 내려간 것.
선수들은 "물이 더러워 제대로 씻을 수가 있나, 침대에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있나, 대체 여기에 뭐하러 왔는 지를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한국 선수단이 훈련시 필수품인 얼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호텔에 제빙기가 없어 얼음을 만들 수가 없는 데다 시중에서 구입하기도 쉽지 않아 얼음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
따라서 플라스틱 생수병에 물을 담아 각 방 냉장고의 냉동실에 4개씩 넣어 밤새 얼렸다가 아침에 수거해 쓰는 방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한국과 경기를 펼칠 포르투갈과 우루과이 등 D조의 각 팀들이 한결같이 요리사를 1∼2명씩 데리고 온 것으로 확인돼 나이지리아의 열악한 환경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특히 이웃나라인 말리까지 요리사를 1명 대동, 다른 팀들을 의아하게 했다.
[에누구（나이지리아）＝최재성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