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헹가래' 3천회 돌파 축하메세지
기사입력 1999년 03월 29일 15시 29분
그의 네 활개를 번쩍 들어 헹가래를 치고 싶다.
9년째 네칸 만화 '헹가래'를 연재, 스포츠신문 시사만화라는 새로운 장을 개척한 사람, 유완석화백. 그가 어느새 3천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헹가래'는 몇 가지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첫번째가 스포츠신문 시사만화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시사만화라고 하면 종합일간지를 떠올린다. 또 스포츠신문이라면 '이야기만화(劇化)'를 연상한다.
스포츠조선 창간호부터 실린 '헹가래'는 그래서 처음엔 '모험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지금 그런 불안감은 말끔히 사라졌다. '스포츠신문이야 말로 네칸 시사만화가 썩 어울린다'는 평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유완석의 10년 노작(勞作)이 거둔 '만화승리'다.
스포츠신문의 네칸 만화는 '헹가래'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명랑소재의 일색이었다는 점에서 유완석의 그것과는 구별된다. 그의 만화는 시사문제를 '스포츠맨십'의 잣대로 풍자한다. 그래서 직격탄을 날리는 일간지 시사만화에 비해 상큼한 맛을 느끼게 한다.
정치에 신물이 난 독자들은 어쩌면 '헹가래' 같은, 레몬주스 맛의 시사만화를 기대해 왔는지도 모른다.
'헹가래'의 또다른 장점은 독특한 그림체다. 국내 일간지 네칸 만화 중 몇 안되는 '신토불이 캐릭터'다. 일본만화 그림체를 전혀 베끼지 않았다. 일본의 무수한 네칸 만화 캐릭터 가운데 그 어느 것도 닮지 않았다. 내용 뿐 아니라 그림의 독창성에서도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만화다.
독자들은 '헹가래'에 힙합춤을 요구하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은근한 몸짓으로, 우리 사회의 '소금'이 돼 주기를 바란다. 거기에 재미라는 양념을 더욱 듬뿍 뿌려서 버무려 준다면, 그야말로 비단 이불에 수놓은 꽃그림이 될 것이다.
'헹가래'의 1만회 연재를 축하하는 평론을 필자가 다시 맡는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를 하늘 높이 헹가래를 쳐주리라. [만화평론가/한국만화문화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