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강규'] 찐빵으로 구워낸 서민들의 삶 그려
기사입력 1999년 03월 28일 15시 11분
클래식에서 뽕짝으로. 참 많이 변했다. 소설가 강규씨(35). 예전처럼 장엄한 미사곡이나 올드팝만 고집하지 않는다. `목포는 항구다' 같은, 흘러간 유행가에도 선뜻 귀를 연다.
최근 펴낸 세번째 장편 `나의 아름다운 빵집'(해냄)은 그런 변신의 결과물이다. `곰보식당 약사(略史)' `초원복집' `역전찐빵' 같은 단편들이 실타래처럼 이어지는 연작소설집이다. 남루한 소시민의 아픔과 슬픔, 꿈과 낭만을 그린다.
관념의 늪을 빠져나와 생생한 현실에 발을 내디딘 것이다. 우선 주인공이 바로 옆집 사람들이다. 추어탕집 부부, 미용사, 레코드가게 주인, 아마추어 만화가 등이 나온다. 작가가 요즘 꿈꾸는, `고요한 풍경화가 아닌 생기 넘치는 인물화'를 구성한다.
"서른 살 무렵, 삶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관념적인 담론들에 빠져있었죠. 이젠 나와는 다른, 낯선 삶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큽니다. 그래서 방에서 거리로 나왔어요. 일상에서 얻는 감동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이번 소설은 그 변화의 기록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문장. 문어체가 사라졌다. 대신 탭댄스처럼 경쾌한 구어체 문장이 `별 볼일 없는' 변두리 삼류인생들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에라 이왕에 이렇게 된 것 주거니 받거니, 부어라 마셔라, 얼씨구절씨구 다함께 차차차' 같은, 익살과 재치가 넘치는 문장들이 작품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래서 독자들은 아무 부담없이, `우헤헤' 웃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웃음 끝에 남는 여운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소설로 쓰기 위해 작가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추어탕집에도 가고, 만화방에서 하루종일 죽 친 적도 있습니다. 거울 앞에서 건달들이 쓰는 `터프한' 말을 혼자 연습해 보기도 했지요. 이 소설을 쓰던 지난해 봄부터 가을까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작가가 초대한 빵집은 호텔 베이커리가 아니다. 골목 모퉁이, 하얀 김이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찐빵집이다. 그곳엔, 진한 삶의 냄새가 배어있다.
[임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