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보경씨 '남편 예술혼 계속 이어졌으면'
기사입력 1999년 03월 28일 15시 11분
"기뻐야 하는데…, 마음이 아픕니다."
제5회 한국뮤지컬대상 특별상 수상자로 고 김상열씨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미망인 한보경씨(40)는 만감이 교차하는듯 말을 잇지 못했다. "살아계실 때 드리지 지금 무슨…"하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이지만 눈에는 벌써 눈물방울이 맺힌다.
"재능이 많았던 분이셨어요. 관심이 다양해 여러 장르의 작품을 만드셨지만 무엇보다 창작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어요."
생전의 김씨가 순수한 마음과 도덕성을 지녔다고 회고하는 한씨는 이런 품성이 그가 만든 모든 작품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한다.
"그분이 추구했던 것은 항상 `삶의 진실'이었습니다. 어린이뮤지컬부터 마당놀이, 정통극까지 안해본 게 없지만, 항상 삶 자체를 꾸밈없이 표현하는데 온 힘을 쏟으셨지요."
지난 81년 연출자와 배우로 처음 만나 85년 결혼한 한씨는 `애니깽' `우린 나발을 불었다' `바람분다 문열어라' 등 수많은 작품을 남편과 함께 했다.
"서로 통하는게 많았다"며 살짝 미소를 머금은 한씨는 "일단 작업이 들어가면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해 배우들이 꼼짝달싹 못했지만 이상하게 그런 그가 처음부터 전혀 무섭지 않았다"며 잠시 옛 추억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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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학교 1년생인 딸 태나와 서울 우면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며 살고 있는 한씨는 최근 `영원한 내사랑 잠깐 안녕'(백산서당 간)을 출간했다. 남편의 갑작스런 입원과 투병생활, 그리고 타계후 지금까지 애통함을 삭이며 쓴 글들을 주위의 권유로 책으로 묶은 것.
또 가까운 분들과 뜻을 모아 `김상열 연극 사랑회'를 발족, 그의 예술정신을 이어갈 생각이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새롭게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을 못이루고 타계해 더욱 안타깝다는 한씨는 "남편의 진지한 예술혼이 후배들에게 그대로 계승됐으면 한다"고 소망한다.
[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