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 '전설로 내려오는 미인주 빚었어요'

기사입력 1999년 03월 11일 14시 59분



하이틴 가수 박지윤이 전설처럼 내려오던 미인주라는 술을 만들었다.

박지윤은 열흘 전 SBS TV `밀레니엄 특급'(14일 오후 7시) 제작진의 요청을 받고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나오는 제조법대로 미인주라는 고급 술을 만들어냈다.

`지봉유설'에 따르면 `미인주는 혼전의 아름다운 처녀가 생쌀을 잘 씹어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박지윤은 먼저 한 되가 좀 안되는 양의 생쌀을 씹었다. 물론 침이 잘 섞이도록 신경쓰면서.

제작진은 이 `보물'을 20~23도쯤 되는 곳에 닷새동안 보관, 발효시켜 1ℓ 가량의 미인주를 만들었다. 알코올 도수 5도.

미인주는 서울 힐튼호텔에서 소몰리에(와인을 시음해보고 질을 평가하는 전문인)로 근무하는 고성민씨가 맛봤다.

"으음, 맛이 희한하군요. 요구르트에 알코올을 좀 섞은 맛. 달작지근하면서도 향기도 좋고."

전문가들은 "침 속의 아밀라제 성분이 술을 만들어내는 묘액(妙液)"이라며 "지금도 일부 원시부족은 비슷한 방법으로 술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지윤은 처음 미인주 제조책으로 선정됐다는 제작진의 제안을 받고 꺼려했다.

"좀 찝찝하잖아요. 제 침이 섞인 술을 누군가가 마신다는 사실이."

이창태 윤대중 두 PD가 나서 설득했다.

"순결한 처녀가 아니면 이 술은 여지없이 시어버린대요. 박지윤씨 아니면 누가 미인주를…."

박지윤은 이런 유혹에 넘어가 생쌀을 씹었던 것이다.

미인주를 눈으로라도 맛보고싶으신 분은 14일 저녁 TV 앞에 앉으시라.

[이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