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성] (6) 페티시스트의 변명
기사입력 1999년 03월 10일 16시 10분
신문 사회면을 보면 여자 속옷을 훔치다 쇠고랑을 차는 사내들에 관한 기사가 심심찮게 나온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호기심에서 훔쳤다' `재미로 훔쳤다' 등의 하나마나한 변명을 한다.
그러나 이들중 상당수는 페티시스트라고 보면 틀림없다.
페티시(fetish)라는 말은 원래 맹목적 숭배물을 뜻한다. 요즘은 성적충동을 일으키는 음물애(淫物愛)의 대상물을 의미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
페티시즘에 빠진 사람중에는 남자들이 많다.
이들은 여자의 성기 대신 손이나 발 등 신체의 다른 부분, 혹은 여성의 속옷 하이힐 등의 사물을 보거나 만지면서 쾌감을 느낀다.
사물의 경우, 그 대상은 물고기 과일 음향 향기 기계 등 기상천외의 물건이나 생물로 발전하기도 한다. 얼마전 상영돼 화제를 모았던 영화 `크래쉬'의 주인공들은 자동차를 페티시즘의 대상으로 삼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이해못할 페티시즘도 있다.
여성의 대변과 소변, 그리고 배변행위를 페티시즘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특별히 스카톨로지스트라고 호칭하기도 한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스카톨로지스트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관련 사이트들이 적지 않은데, 어찌나 지저분한지 보통 비위가 아닌 사람은 화면을 보자마자 속이 울렁거리게 돼있다.
국내 경우에도,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 카메라를 돌리다 붙잡히는 사람들이 종종 출몰하고 있는데 이들은 어쩌면 페티시스트+스카톨로지스트의 성향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보통 페티시즘 하면 가죽 브래지어, 가죽팬티, 가죽채찍,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롱부츠 등으로 온몸을 휘감은 8등신 미인을 연상한다. 페티시스트 가운데는 특히 가죽 애호가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유럽 등지에는 이런 페티시 의상과 액세서리를 전문적으로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수시로 신제품을 발표하기도 한다. 신제품 가운데는 종종 대박이 터지는 히트상품도 나온다.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페티시스트들은 변태로 매도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억울해 한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고 밀실에서 이성의 속옷이나 하이힐을 만지작거리면서 만족해하는 행위가 과연 지탄받을 만한 일이냐"고 항변한다.
글=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