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심야 영업시간 제한 폐지후 술집 풍경
기사입력 1999년 03월 03일 14시 14분
"생각 좀 더 해주시죠."
"무슨 소리요? 더 못줘!"
3일 새벽 3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A단란주점.
얼큰하게 취한 손님과 주인이 계산서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술값이야 신용카드로 계산을 끝냈지만 문제는 팁이었다.
이 가게의 정해진 팁은 8만원.
적어도 지난달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팁 문제'가 생겼다.
팁 8만원은 자정까지의 영업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새벽 3∼4시까지 `근무'를 할 경우 `초과 근무 수당'을 더 받아야 한다는 게 종업원들의 주장이다.
종업원 B씨（24．여）는 "테이블에 있는 시간이 거의 2배나 늘었다. `따블'도 뛰지 못하는 마당에 오래 있는 만큼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업원들의 이같은 주장에 업주나 손님들은 설득력 있는 답변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C룸살롱의 주인 D씨（48）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손님에게 팁을 더 달라는 말을 할 수는 없다"며 "늦게까지 마신 손님이 알아서 더 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청담동의 E룸살롱의 주인 F씨（36）는 "밴드비처럼 한시간에 얼마 하는 식으로 계산을 하면 좋겠다"며 "다른 가게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3일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팁 문제로 옥신각신 했다는 G씨（39．회사원）는 "팁을 더 달라는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어서 어쩔 수 없이 2만원씩 더 줬지만 불쾌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종업원 H씨（23．여）는 "영업시간이 늘어난 만큼 술도 더 많이 마시게 되고, 손님들도 더 많이 취해 일하기가 몇배나 힘들다"며 "팁을 더 받지 못한다면 자정 이후 매상의 일정 부분을 주인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