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세상] 손님 건강까지 다듬는 옷수선공
기사입력 1999년 02월 18일 14시 52분
`명수선'.
서울 돈암시장 안길에 있는 옷 수선집이다. 2평 남짓.
최순대씨(46)는 하루 9시간 혼자 열심히 미싱을 돌리는 `옷수선공'이다.
`최씨 아줌마'는 요즘 인근 성신여대는 물론 시장바닥에서 제법 유명인사가 됐다.
헌옷을 새옷으로 고쳐주는 20년 수선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38이던 허리를 28이 채못되는 `처녀 사이즈'로 만든 다이어트 성공담 때문도 아니다. 최씨는 1년반만에 몸무게를 무려 24㎏이나 뺐다.
`건강수선공'.
요즘 최씨의 가슴을 새로 뿌듯하게 해주는 말이다.
"여학생이든 동네 할아버지든 손님과 얘기하다 보면 누구나 건강 얘기가 나와요."
최씨의 손이 `약손'이 됐다.
"머리의 백회부터 어깨 목 허리아래 명문까지 눌러주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대요."
최씨는 그냥 주물러드리는 것에 불과하다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의외로 대단했다.
"제가 워낙 아프게 살았거든요. 돈버는 욕심에 휴일도 없이 일하다보니 신경성 위염에 우울증, 안면 경련, 심지어 허리디스크 수술까지."
최씨는 그야말로 몸전체가 쑤시고 아픈 `지뢰밭'이었다고 말했다.
몸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했다. 단학수련을 했다. 2년전이다.
자가요법으로 익힌 안마솜씨가 자연 가족들의 `지뢰밭'으로 옮겨갔고, 결국 옷집 손님들에까지 손을 빌려주었다.
최씨는 요즘 수선비 한푼 더 버는 재미보다 "아유 시원하다"는 이웃 사촌들의 해맑은 웃음이 더 좋아졌다.
그래서 하루에 한명씩 따로 시간을 내어 공짜로 온몸을 주물러 드리자는 이른바 `건강수선표'를 짜고 있다.
작은 힘이지만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일.
아프기만 했던 최씨는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