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공포의 실험실 : 교환 (6)
기사입력 1999년 02월 17일 15시 49분
아무리 부실하다 해도 한동안 그 몸뚱이는 그녀의 것이었다.
나도 종종 그 몸과 팔짱을 낀 적이 있었고, 또 한 몇 번 포옹을 하기까지 했다. 그러한 몸을 없앤다는 것은 어딘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다. 그러기에 그 추녀를 살려냈다.
내 사랑이 25년에 걸쳐 가지고 있던 그 몸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 하기 위해 추녀를 살려낸 것이다.
대신 세상에는 완벽한 아름다움에 반하는 완벽한 추함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동시에. 마치 태초에 선과 악이 동시에 생겨나듯, 완벽한 미와 추는 동시에 생겨나는 것이다.
물론 거리끼는 점도 있었다. 혹시 그 추녀가 세상에 나가 이 사실을 폭로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지?
그러나 그것은 보통 의사에게나 통할 우려인 것이다.
내가 누구인가? 나 같은 천재 의사가 겨우 그까짓 시시한 뒤처리를 걱정한단 말인가?
전혀 다른 구 사람의 머리를 바꿔놓은 천재의사가 겨우 그런일을 걱정해야 한단 말인가? 절대 그럴 일은 없다.
나는 다시금 내 의학 지식을 총동원하여 그 여자의 기억을 제거했다.
우선 두뇌에는 적당한 양의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충격을 가했다. '코마'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그 못생긴 여자가 뇌사해서 그 몸까지 죽어버리는 일이 없을 정도로만 충격을 가해 여자의 뇌를 망가뜨렸다.
아마 나중에 깨어난다 해도 그녀는 제 정신이 아닐 것이다.
절대 제 정신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미친 여자가 된다는 소리다. 그러나 그 정도로 안심하지는 않았다. 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그 여자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했다.
안전치 이상의 전압으로 그 여자의 뇌에 두번째 충격을 준 것이다. 아마 깨어나서 한동안은 기억상실증으로 지낼 것이다. 아니,어쩌면 평생 그럴 것이다.
그리고 설사 기억상실증에서 벗어난다 할지라도, 그녀는 절대 정상인으로 지낼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뇌가 이상해졌기 때문에….
그리고 완전한 범죄를 위한 마지막 처리로서, 적당한 성형을 가해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들고 글라인더로 갈아서 여자의 지문을 지워버렸다.
또한 범행흔적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손톱까지 모두 망가뜨려 버렸다. 아마 경찰은 그녀가 미쳐서 시멘트 벽이나 바위를 긁어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 모든 짓들은 나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엄청난 범죄였다. 내가 이 정도까지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르다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 사랑 그녀를 위해서라면….
그리고 어차피 멀쩡한 사람의머리를 바꿔버릴 정도라면, 이미 나는 미친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일단은 그 추녀를 한동안 두기로 했다. 적어도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할 때까지는 이곳에 두기로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그때는 몰래 갖다 버리는 것이다. 서울을 멀리 떠나 저 남쪽 지방에 갖다 버리면 되는 것이다.
날이 새면 누군가의 눈에 뜨일 수 있을 만한 장소에 말이다. 이왕이면 정신병원 근처가 좋겠지.
그렇게 나는 모든 일을 끝마쳤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끝마친 것이다.
-에필로그-
아직 그녀는 깨어나지 않은 상태이다.
당연하지. 이런 엄청난 수술을 했으니까.
나는 몸을 숙여 내 사랑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춘다. 그녀가 마취에 들어가기 전에 그때 처음으로 진한 키스를 나누었던 그 입술에….
무척이나 수줍어하던 그녀였다. 몇 번의 포옹과 입맞춤은 허용했지만 이른바 프렌치키스라 불리는 깊은 키스는 허용하지 않던 그녀였다.
그러나 어제는 달랐다. 어쩌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세계로 떠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계속]
글:박무정(아이디 Mrsin)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 (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