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美 전훈 예비신랑 정민철 행복한 고민
기사입력 1999년 02월 04일 15시 00분
`이 것 아니면 저 것, 아니야 차라리 조 것?'
한화 정민철(27)은 머리가 아프다.
문뜩 `장가가기 한 번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같으면 없었던 고민이 갑자기 생겨나니 말이다.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에서 맞은 첫 휴일인 지난 2일.
주변에 볼거리도 없고 해서 쇼핑이나 할까하고 숙소를 나섰다.
물론 오는 3월14일 결혼할 김경아양에게 줄 선물마련이 주 목적.
화장품에 점퍼, 신발 등등 한국에 있는 예비신부의 얼굴을 떠올리며 쇼핑을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처남에게 줄 점퍼를 하나 사고 나니 머리를 스치는 난해한 숙제 하나.
`장인 장모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하나?'
누구는 특산물을 선물하면 무난하다고 하지만 애리조나에서 유명한 것은 선인장.
더군다나 장인은 술과 담배를 일체 하지 않아 만만한 양주와 라이터는 일찌감치 대상목록에서 빠졌다.
"다른 건 필요없고 몸이나 조심하게"라는 것이 두 어른의 말씀이지만 귀한 외동딸을 데려갈 사위신분에 가만히 있을수는 없는 노릇.
"처음으로 드리는 선물인데 아무거나 할수 없잖아요. 가장 귀중한 사람을 낳고 키워주신 분인데."
분명 사랑받을 사위다운 한마디, 하지만 말만큼 쉽지 않은 게 선물목록 선택이다.
일단 "한달이나 넘게 남았으니 잘 생각해봐야죠"라며 장고에 들어가기로 한 정민철.
선물고르기의 고통을 안겨준 장본인에게 꼭 전할 말이 있다며 목청을 높인다.
"(김)경아야, 보고 싶어 죽겠다."
[신보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