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왕건'] '고려건국' 잊혀진 역사를 찾아서
기사입력 1999년 02월 04일 15시 00분
KBS 1TV 대하드라마 `왕건' 제작의 시동이 걸렸다.
`용의 눈물'의 작가 이환경씨는 `고려'에 관한 논문 등 학술자료 500 여편을 섭렵한 끝에 기둥줄거리를 완성했고, "죽기전에 `고려 드라마'를 하고싶다"던 사극의 대표주자 김재형PD는 연출을 맡아 원을 풀었다.
`고려'의 수도인 북한 개성촬영을 추진중이며, 4월부터 경북 문경에 대규모 오픈세트 공사를 시작한다. 숙제였던 고려의상 준비도 마쳤고, 대본은 이환경 작가가 방송전 70회를 내놓기로 했다. 촬영은 6월부터, 방송은 10월부터다.
`왕건'은 국내 TV드라마 사상 최초로 `고려'를 다뤘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 작품. 상대적으로 시대적으로 가깝고, 사적 자료가 풍부한 조선에 비해 천대(?)받았던 `고려'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게 제작의도다.
또 21세기를 맞아 비전을 제시하는데 있어 `고려'만큼 좋은 시대적 소재도 없을 것이란 점도 제작결정에 한몫했다. 고려는 자주통일을 이룬 국가이고, `코리아'란 이름을 낳게 한 한반도 단일국가의 본류라는 것.
하지만 `자료 태부족'과 `고증의 어려움'이 제작의 발목을 잡았다.
이작가는 "고려사 자료가 원천적으로 없는데다, 조선초에 쓰여진 고려사에 관한 실록 사료중 왕건에 관한 얘기는 20장에 불과했다"며 "여러 논문과 학계의 자문을 받아 20장의 왕건얘기를 토대로 프레임을 짜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처음 난망했던 `고증'도 고려의 의상문제가 해결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용의 눈물' 도입부 촬영때 미미한 사료를 통해 고안 제작된 고려의상이 최근 사찰 등지에서 발굴된 실제 고려의상과 유사했다는 것.
쾌재를 부른 제작진은 미술분야에 박차를 가해 최근 문경 새재의 제1,2 관문성에 1만평의 세트를 짓기로 문경시와 합의했다.
드라마는 궁예 견훤 등 후삼국 태두들의 세력다툼부터 궁예의 부하였던 왕건의 처신술과 고려 건국 등을 다룰 예정.
김재형PD는 "솔직히 `고려'을 처음 다룬다는 점에서 연출자로서 두렵다"며 "이번 방송이 당시의 언어 미술 등의 복원 뿐 아니라, `21세기 통일의 시금석'이 됐으면 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준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