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야구클리닉] 2군 키워야 1군도 산다
기사입력 1999년 01월 14일 14시 26분
메이저리그 팀중 돈없고 전력이 약한 구단을 꼽으라면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꼽을수 있다.
피츠버그의 경우 97년 전 선수의 연봉이 다른 팀의 슈퍼스타 1명과 맞먹는 1천만달러 정도여서 좋은 대조를 이룬다.
몬트리올은 그보다 좀 나았지만 두 구단의 공통점은 또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잘 키워 스타가 되면 예외없이 다른 구단으로 옮겨 버린다는 사실.
피츠버그의 경우 배리 본즈(현 SF) 바비 보니아(메츠)가 그랬고, 몬트리올의 97내셔널 리그 MVP 래리 워커(콜로라도), 97사이영상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도 마찬가지였다.
이러니 우승을 꿈꿀 수 없는 건 자명하다.
더 불리한 팀은 몬트리올이다.
캐나다 퀘벡주는 야구와 아직 친근하지 않은 프랑스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특성과 맞물려 야구 산업을 정착시키는데 많은 애로가 있다.
그런 몬트리올도 자랑거리는 있다.
미국 30개 구단중 마이너리그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팀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점.
필자는 90년대초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었다.
"모든 환경이 불리하다. 그러니 드래프트에 의해 뽑은 어린 선수들을 잘 키워 5∼6년간 활용하는 방법밖에 더 있겠는가? 돈이 적게 드는 마이너리그 만큼은 좋은 코치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돈많은 구단들과 싸워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몬트리올의 예는 우리 프로야구와 환경이 달라 단순비교는 힘들다.
그러나 빈사상태의 쌍방울이 올해 신인을 이진영(군산상 졸) 한명 밖에 스카우트 하지 않은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인다.
몇십억을 받고 지난해부터 주축 선수들을 팔았다면 최소한 값싼 신인선수 몇명이라도 스카우트하는게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더욱이 요즘은 IMF여파로 계약금없는 연습생이라도 되려고 프로구단의 문을 두드리는 선수들이 많다.
따라서 선수양성에 1∼2억원도 투자하지 않는다면 박경완, 김기태등을 팔기만 했지 미래에 대한 투자는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쌍방울 뿐만이 아니다.
일부 구단들이 단견으로 2군 무용론, 축소방안등을 거론하고 있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야구는 1군 무대에 서려면 많은 경기 경험을 필요로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공장문을 닫지 않겠다면 최소한의 투자는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