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앉으나 서나 축구생각'
기사입력 1998년 05월 22일 14시 51분
"(최)용수 녀석이 축구화 달라고 꿈속에서까지 쫓아다녀요."
요새 월드컵축구 대표팀 때문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주)나이키스포츠 마케팅부의 김병관씨(32).
대표팀에 각종 용품을 조달하는 책임자다.
황선홍의 유니폼, 서정원의 스타킹, 하석주의 운동화도 죄다 그가 챙겨 준다.
김씨가 다루는 용품은 모두 쉰두가지.
선수들이 잠잘 때 입는 팬티만 빼놓고는 전부다다.
이 중 어느 한가지가 부족하거나 선수들의 성에 차지 않아도 문제가 생긴다.
하나같이 선수들이 몸에, 그것도 알몸에 걸치는 것들이라 컨디션이나 경기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여차하면 큰일 나니까요."
요즘에야 경기 중에 팬티끈이 끊어질 일도, 축구화가 찢어질 일도 없지만 김씨는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바짝 매달린다.
그래서 `자나깨나 용품생각, 꿈에서도 용품생각'이다.
선수들의 취향을 일일이 충족시키는 일도 만만찮다.
보통 체격이면서 굳이 팀내에서 제일 큰 `110호'의 유니폼을 고집하는 하석주, 엉덩이가 크고 허벅다리가 굵어 아래위의 치수가 다른 최성용….
"선수들이 한번 움직이는데 필요한 용품을 빈틈없이 챙기려면 밤을 꼬박 새야 합니다. 다 준비하면 1.5@트럭에 넘치도록 실어야 할 정도의 양이니까요."
김씨가 대표팀의 용품을 주무른 지 만 3년.
이제 선수들의 표정만 봐도 필요한 게 뭔지, 불편한 게 뭔지 금세 알아챌 정도다.
그러나 정작 그만의 노하우는 따로 있다.
바로 청소년대표와 프로팀 현대를 거친 선수출신이라는 점이다.
결국 오랜 세월 유니폼을 입고 뛴 경험이 `족집게 김병관'을 만든 셈이다.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용품점검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오는 6월 5일 프랑스로 날아가 대표선수들과 일거수일투족을 같이 하며 살림살이를 꾸릴 계획이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