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미국엔 맥컬리스터, 한국엔 구원이가…'
기사입력 1998년 05월 20일 15시 03분
`미국에 케이시 맥컬리스터가 있다면 한국에 이구원（李救援．9．충북 청원군 오창면 성산리 420）이 있다.'
지난 19일 밤 11시 MBC TV `PD수첩'_`반쪽이 소년, 케이시의 3루타'에서 하반신이 없는 미국소년 케이시 맥컬리스터군（11）의 투혼을 다룬 장면들은 이를 지켜본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와함께 이 프로그램의 도입부에 잠깐 소개된 한국인 장애소년에 대한 궁금증도 더해갔다.
`구원이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케이시는 두팔이라도 성해서 야구와 농구, 볼링, 신문배달, 어머니 심부름, 보이스카웃 활동 등을 할 수 있다지만 태어나면서부터 팔, 다리가 없는 `축구광' 구원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호기심이 일어난 것.
MBC교양제작국 3팀（부장 윤혁）의 이용석, 곽동국 PD는 지난 8일부터 8일간 미국 오리건주 세일렘시의 케이시집을 방문, 그의 부모（아버지 버니, 어머니 쥬린）에게 `한국판 케이시'인 구원이의 삶을 담은 특집 다큐스페셜 테이프를 보여주었다.
케이시의 부모는 필름을 보는 동안, "우리 애보다 더한 장애자가 있군요. 오히려 우리가 위로를 받을 정도인데요"라며 내내 가슴아파하더란다.
태어나면서 선천성 장애아였던 구원이는 부모가 그를 버리는 바람에 충북 청원군 오창면의 산골 `성 황석두 루가 전교수도회'의 방안에서 `보호자'인 김동일 신부를 `아버지'라 부르며 그의 보살핌속에서 자라왔다.
그의 취미는 축구.
구원이는 말랑말랑한 축구공을 입으로 물어서 상대편 골대에 공을 넣는가하면 상대방의 공을 막기위해 턱을 방바닥에 받치고 물구나무서기하듯 하체를 들어오리기도 한다. 또 이동을 할 때는 어깨로 구르거나 배를 이용, 바닥을 누빈다.
케이시와 구원이는 둘다 자활의지가 강한 장애자라는게 공통점. 하지만 사회에서 `대접받는 등급'은 미국과 한국의 거리만큼이나 커다란 차이가 있다.
구원이는 일곱살 나던 해인 96년 봄, 취학통지서를 받았는데 그가 갈 마땅한 학교가 없었다. 김 신부의 각고의 노력끝에 구원이는 97년 청주 혜화학교 재택（在宅）초등부에 입학할 수 있었고 지도교사인 김상길 교사가 일주일에 두번씩（수요일, 토요일） 수도회에 와서 개별학습을 시킨다.
두 소년의 공통점은 학교성적이 상위권이라는 것.
위티커 중학교 정규학급 1학년인 케이시는 학업성적도 4점 만점에 평균 3.4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혜화학교 2학년인 구원이의 개별화교육 활동표를 보면 `읽기, 독해력은 5∼6학년 수준, 철자인식, 정보처리는 2∼3학년 수준'이다.
MBC 윤혁 부장은 "구원이를 케이시 맥컬리스터와 의형제를 맺어주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어린소년들이 역경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IMF시대 절망하고 사는 우리 어른들에게 의미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