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나,낚시중(IMFishing)'
기사입력 1998년 05월 08일 15시 20분
`IMF 강태공'들이 부쩍 늘었다.
15년만에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풀린 강화의 국화리지는 주말마다 낚시 차량들이 몰려와 `상종가'를 치고 있고, 충주호 파로호 등지의 깊은 골짜기에도 야영을 하면서 장기전을 펼치는 꾼들이 늘어나 낚시 연락선이 다시 떴을 정도다.
인기 낚시터만 붐비는 것도 아니다. 한때 동네낚시터라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서울의 중랑천에도 날마다 심심풀이 `손맛 인파'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IMF는 이처럼 레저 풍속도까지 뒤바꿔 놓았다.
등산 낚시 등 돈이 별로 안드는 복고풍 레저들은 인기가 되살아났으나, 1만불 시대의 세계화 바람에 `편승'했던 해외여행 골프 수상레포츠 등은 거품이 빠져버렸다.
직장인들의 월급이 깎인 만큼, 스쿠바 다이빙이나 패러 글라이딩 강습회의 신청자 수가 3분의 1 정도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낚시 인구는 크게 늘었으나, 그들의 씀씀이가 엄청 짜졌기 때문에 경기는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고 낚시업계는 푸념한다.
낚시터 주변의 닭백숙집들은 낚시꾼들이 라면을 가지고 와서 끓여먹기 때문에 매상이 줄었다고 울상을 짓고, 낚시가게들도 1천∼2천원짜리 떡밥 지렁이와 낚시바늘 정도만 찾을 뿐, 비싼 낚싯대는 팔리지 않는다고 걱정하고있다.
돈많이 드는 바다낚시 인구도 크게 줄어들었으며, 2만원 이상의 유료낚시터 역시 좌대가 많이 비어있는 것이다.
요즘 낚시터 현장에 가보면 IMF 이후 고통받고 있는 우리의 사회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온종일 물가에서 붕어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동네낚시꾼들 중에는 IMF를 만나 황량한 삶의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집에 있으니 답답해 물가로 나왔다는 한 `IMF 강태공'은 "정신차릴 틈도 없이 `정리 해고（IMFired）'를 당해 이렇게 세월을 낚고 있으나（IMFishing）, 월척을 낚듯이 다시 일어나 뛰겠다（IMFighting）"고 말했다.
정부는 하루 빨리 "찌가 치솟아 오를 때마다 아이들 생각이 난다"는 이들 `IMF 강태공'들이 지친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실업 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을 짜내야 한다.
[구본희 레저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