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연극 독일데뷔무대 대성공
기사입력 1998년 05월 06일 14시 14분
첫 걸음이었지만 큰 걸음이었다. 한국연극이 세계연극의 중심지 중 하나인 독일 베를린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극단 연희단거리패(대표 이윤택)는 한국 연극사상 처음으로 지난 1∼3일 베를린 세계문화회관에서 대표작인 `오구'와 `햄릿'을 공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공연은 제 3세계 문화를 독일에 소개하는 기관인 세계문화회관 주최로 6월 14일까지 열리는 한국문화페스티벌의 행사 중 하나로 마련된 것.
사흘간 1천200여명의 관객이 입장, 흥행면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주요 언론들도 거의 빠짐없이 예고기사와 공연평을 싣는 등 대단한 관심을 보였고 특히 베를린시 양대 일간지인 베를리너 모르겐 포스트지와 슈피겔지는 컬러 사진과 함께 문화면 톱기사로 다루었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1,2일 공연한 `오구'(이윤택 작,연출)는 대사에 의존하는 평면적인 현대연극에 익숙한 독일관객들에게 열린 연극, 입체적인 무대로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독일 관객들은 사물놀이와 장타령 등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대목에서 박수를 치면서 장단을 맞추고 좌석에서 일어나 직접 춤을 추기도 했다.
`관객과 배우의 교감'이라는 연극의 기본적인 중요성을 교과서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햄릿'(셰익스피어 작, 이윤택 연출)은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인 샤머니즘적 해석으로 주목을 끌었다. 죽은 선왕으로부터 살해의 비밀을 전해듣는 장면을 무당이 접신하는 것으로 그려내는 등 독특한 해석이 돋보였다는 평.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를 끌고 나가는 연출의 힘도 탁월하다는 호평을 얻었다.
두 작품을 모두 지켜 본 베를린연극제의 한 심사위원은 "작품에 에너지가 넘친다. 언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독일연극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며 극찬을 했다.
연출가 이윤택은 "한국연극을 베를린에 처음 소개한 주인공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오구'와 `햄릿'을 통해 한국적 상상력의 원형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베를린=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