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형의도쿄통신] (5)패션 원룸 주택
기사입력 1998년 05월 03일 15시 08분
일본엔 두개의 민족이 사는 느낌이다.
젊은 세대인 신인류라고 불리우는 민족과 그 나이 이상의 기성세대들. 같은 일본인이면서도 어찌나 감각이 틀린지 이건 정말 같은 조상인지 의심이 간다.
물건을 만드는 장인들은 기성세대이지만 그 상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세대가 30대∼10대인 만큼 이 나라는 그 상품마다 완전히 틀린 감각이 배여있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도 색감도 용도도 신인류가 좋아하는 쪽과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쪽, 두가지를 내놓게 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상품이 주택이다. 요즘 일본 특히나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선 주택의 개념이 앞 세대와 상당히 바뀌어 있다.
벌써 오래전 부터 신세대 부부들은 `포기한 부자'의 길을 택한다는 것이다.
`포기한 부자'라는 개념은 인생에서 집사는 것을 포기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살 수 있나를 얘기하는 것.
한국의 전세 개념도 아니고 달달이 임대월세를 내는 것으로, 그렇게 마음만 먹는다면 먹고 싶은 것 먹고 여행다니는 것 다 다닐수 있다.
거기에 더해 신신인류라고 불리우는 신인류의 다음세대가 역시 평생 임대주택개념으로 가는 건 당연하다.
요즘은 한국도 그런 경향이지만 일본 젊은이들은 벌써 오래전 부터 혼자사는 생활（`히토리 쿠라시'라고함）을 해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다니건 회사에 다니건 결혼 할때까지 대부분은 혼자사는 아파트를 구해 사는 생활이다.
우리 원룸개념의 아파트로 물론 돈이 없는 친구는 아주 싼 아파트를 구하고 돈이 좀 여유가 있으면 괜찮은 아파트를 임대한다.
결국 혼자 사는 젊은이이건 갓 결혼한 부부건 이 세대들은 임대주택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집 겉모양과 함께 집 내용에 패션개념의 인테리어가 있으면 인기가 있다.
작은 아파트의 겉의 색채가 예쁜 빨강색으로 단장되어 있는것. 밖에서 보면 집의 세로 높이가 높은 것과 평범한 것이 있는데 높은 천정의 경우는 집안에 들어가면 특이한 인테리어가 있는것. 사진처럼 원룸이지만 방안 한쪽에 나선형의 사다리가 있어 그위에 책을 진열 하거나 잠 정도는 잘 수 있게 꾸며 진것 등이다.
나도 처음 일본에 왔을땐 이런 아파트에 살았는데 리프트 사다리의 그 공간이 그야말로 꿈같고 좋았다.
젊은사람들 감각을 파고든 굿 아이디어인 것이다. 물론 이런 것이 지겨워지고 더 넓은데로 나갈 형편이 되면 또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 된다.
그것이 바로 임대주택에 사는 장점. 패션주택에 사는 `포기한 부자'의 장점일 수 있다.
한국도 젊은감각의 주택개념, 바로 이런 패션이 먹힌다. 원룸이라도 나선형 사다리 라던가 리프트 시설이 있는 그런 임대주택 2층으로 열가구나 열댓가구의 젊은이들을 소화할 수 있는, 그런 특색있는 임대주택 사업들이 일본에선 지금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