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의추적25시] '김동주를 벗긴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26일 15시 49분
스물세살 새내기 OB 김동주는 딱 서른세살까지 야구를 하고 싶은 남자다.
더도 덜도 말고 10년.
그동안에 후련하게 뛰다가 정상에서 물러나겠단다.
"언제나 강했던 타자로 남고 싶으니까요."
만만찮은 욕심꾼이다.
배명고→고려대졸.
계약금 4억5천만원,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액 신인 타자.
"신인왕은 별 관심없다"고 말해도 크게 시건방져 보이지 않을 만큼 벌써 당당한 톱스타.
"야구는 처음부터 잘했죠. 다행한 일이예요. 공부는 진짜 하기 싫었으니까_."
초등학교때 안해본 운동이 없다. 야구 축구 육상 창던지기….
그중에 야구를 골랐다.
어느 무리에 섞여도 한눈에 튈 만큼 잘했다.
천하가 다 발밑에 있던 야구 신동（神童）이 돌부리에 채인 것은 고려대 1학년때인 94년.
당장 프로에서 뛰겠다고 발을 동동 굴리다가 여차저차 대학에 들어갔는데 그만 두번째 대회서 오른쪽 발목의 인대 3개가 끊어진 것.
꼬박 1년간 방망이를 놨다.
"누구라도 그랬겠죠? 다 때려치우고 싶었어요."
그리고 다시 운동장에 돌아왔을때 그는 더 이상 최고가 아니었다.
"안맞더라구요. 제가 야구를 아주 못하는 거예요. 국가대표에서도 빠졌죠. 그런 걸 슬럼프라고 하죠?"
가장 힘들었던 시간, 그러나 혼자는 아니었다.
김동주에게는 고등학교 3학년때 처음 만난 세살 연상의 여자 친구가 있다.
굳이 빼어난 미모라고는 말하지 않는, 그러나 "귀엽고 상냥하고 따뜻한 여자"라는 천주현씨.
부모가 헤어지는 아픔을 겪고 야구가 그를 배반하는 시련과 싸울때, 여자 친구는 언제나 김동주의 곁에 있었다.
프로에 데뷔한뒤 쏟아지는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김동주는 "결혼할 여자 친구가 있다"고 또박또박 밝혀 으레 `뻔한 내숭'을 기대했던 소녀팬들을 한숨쉬게 만들었다.
"그래도 야구 잘하면 상관없이 사랑해주는게 팬이예요."
`골키퍼 있는 골대'인 셈이지만 팬사랑 만큼은 자신한다.
몸집은 크나 얼굴은 작아서 요즘 여자들의 취향에 잘맞고, 도드라지게 잘생기진 않았어도 귀엽고 편안한 인상이 쉽게 어필한다고 스스로를 말한다.
자기 매력을 꼼꼼하게 점검해두고 있는 스타 김동주다.
98시즌 초반 프로야구계를 온통 뒤흔들어 놓은 `깜짝 화제'는 그의 허벅지 둘레.
웬만한 여자의 허리보다 훨씬 굵은 당당 28인치（약 71㎝）.
엉덩이가 쑥 빠진채 툭 갖다댄 공조차 어이없이 담장을 넘겨 버리는 괴력이 바로 아름드리 소나무같은 하체에서 나온다.
특별히 근육을 불리는 운동을 한적도 없고, 집안 내력도 아니라는 `신이 내린 야구몸매'.
스스로는 "아래에 허리를 두개 달고 다닌다"는 반놀림이 민망하고, 뚱뚱한 하체가 맵시도 떨어져 불만이다.
모처럼 짬이 나도 집안에 콕 틀어박히는 `방콕파'.
액션이나 멜로물을 가리지 않는 영화감상이 프로필에 곧잘 적어넣는 `취미'다.
요즘 잘나간다는 외화 `타이타닉'은 보지 않았다.
한번 볼때마다 달러가 조금씩 유출된다는 소리를 듣고난뒤 `찜찜해서' 그만뒀다.
가장 좋아하는 색은 빨간색.
미적지근한 건 싫고, 뭐든 한번 화끈하게 붙어보는 그의 성격과 잘맞는다.
이제 슬슬 프로의 맛을 알아가는 새내기.
상대 투수들이 잔뜩 계산을 하고 들어 오면서 수싸움에서 말리고 있는 요즘이다.
"5월이 되면 완전히 몸이 풀릴겁니다."
그를 믿는 사람들에겐 믿는 만큼 보여주겠다고 큰소리 친다.
[이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