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지구촌] (7)전사의후예 '평화는 없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24일 14시 05분
피를 부르는 전쟁을 운명적으로 즐겼던 니아스 원주민들은 언제나 훌륭한 전사(戰士)를 꿈꾸었다. 그 어느 지역보다 남아 선호 사상이 두드러진 것도 부족 전체가 강한 전사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높이 2m나 되는 큰돌로 빚은 남근(男根)은 마을의 수호신이자 남성의 권위와 전투력을 상징한다.
사내 아이들은 전사가 되기 위해 마을 단위로 전술교육을 철저히 받았고, 15세가 되면 마을 원로들 앞에서 전사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검증받아야 했다.
전사가 되기 위한 예비시험 중에서도 담력을 키우는 장애물 뛰어넘기가 가장 중요한 종목이었다.
넓이 50∼60㎝, 높이 2m의 돌담(장애물)을 가볍게 뛰어넘는 사람만이 니아스 전사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힘에 부쳐 돌담을 뛰어넘지 못하거나 착지가 나빠 부상을 당하는 소년들은 `인생의 낙오자'란 불명예를 안고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 했다.
30m를 단숨에 달려와 작은 돌을 살짝 디딘 후, 공중으로 떠올라 몸을 비틀면서 돌담 장애물을 뛰어넘는 니아스 전사들의 멋진 폼은 인도네시아 1000루피아 지폐에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19세기때 유럽 선교사들이 기독교를 전파하면서 니아스족의 생활 양식은 급격히 바뀌었다. 돌 나무 동물 등을 신봉하는 애니미즘과 조상 숭배, 인도에서 유입된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전통이 서서히 무너졌고 호전적인 성격도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전적인 핏줄은 속일 수 없는 것일까. 다소 사납게 생긴 얼굴에 성격도 과격하고 급한 편인 니아스족들은 지금도 1년에 한번씩 죽음의 장애물 넘기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니아스섬에는 돌이 귀하다. 그런데도 니아스족들이 모여사는 마을마다 커다란 돌제단과 돌의자, 돌식탁 등이 널려 있어서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알고봤더니 돌로 만든 것들은 모두 그들이 다른 섬에서 전리품으로 가져온 것들이었다.
매우 호전적이고 잔인했던 니아스인들은 멋진 검정색 돌과 적군들의 머리를 잘라오기 위해 수시로 다른 섬나라를 수시로 침공했던 것이다.
바오마탈루(Bawomatalu) 부락에 가면 아직도 니아스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삶의 자취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수천년 동안 마을의 수호신에게 제사를 올렸던 돌제단과 돌인형이 남아 있으며, 광란의 전쟁 축제가 마을 잔치처럼 펼쳐진다.
경쾌하고 극적인 북소리와 아름다운 처녀들의 애처롭고도 열정적인 춤.
피비린내나는 전투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용맹을 뽐내는 그들의 전쟁놀이는 문명인들의 눈에는 야만적으로 비치지만, 꾸밈없고 투박한 니아스족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톱니 이빨과 문신이 성인의 징표인 사게니오족의 몬도가네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