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ML메시지] 팬이 보내온 4월 운세
기사입력 1998년 04월 22일 15시 38분
지난 겨울 팬들에게 온 많은 편지들중 올 시즌 내 운수를 적어온 것이 있었다.
그중 4월달에 몸이 안 좋을 수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대목이 마음에 걸렸었다.
시즌을 앞두고 가장 바랬던 것은 부상없이 올해도 건강하게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 난생 처음으로 허리 통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미국에서 야구를 하면서 구단에서 워낙 예방도 철저히 해주고 치료나 마사지를 잘해줘 문제가 없었었다.
그런데 이번 부상은 결국 훈련을 지나치게 하면서 풀어주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는 답이 나오고 말았다.
스프링 트레이닝때 컨디션도 좋아 달리기를 많이 했는데 하체 근육이 너무 발달하면서 쉬지를 못하고 항상 긴장된 상태가 되자 반대쪽인 상체 뒤쪽으로 무리가 왔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갑자기 몸이 아프자 나는 빨리 회복하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내 몫으로 돌아오는 선발 등판 기회를 잃기도 싫었고 경기는 잘 던지고 싶고 허리는 아프고 참 난감했다.
트레이너들에게 물리 치료를 받았지만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침을 맞으러 가기도 했다.
스트레서 수석 트레이너는 전에도 침을 맞은 선수들이 있었다며 기꺼이 허락해주었고 나는 코리아 타운의 한의사에게 침을 맞고 부황도 떴다.
검은 피가 흘러 나오며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운동장으로 돌아와 경기를 지켜본 뒤 클럽하우스에서 샤워를 하는데 난리가 났다.
등에 부황뜬 자리가 커다랗게 5개나 선명히 보이자 동료들은 모두 몰려와 무슨 일이냐고 묻고는 침을 맞고 피를 뽑았다고 하자 몹시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대부분 침을 맞는 것은 물론 부황을 뜨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선수들은 얼마나 아프냐, 어떻게 그런 것을 하느냐, 효과는 있느냐며 질문을 퍼 부었다.
무슨 키스 마크가 그렇게 크냐고 놀리는 친구도 있었다.
결국 허리가 아프고 나서 첫번째 등판은 엉망이었고, 두번째는 승리를 거뒀다.
아직 100%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거의 정상을 찾았다.
덴버, 시카고, 밀워키 등 쌀쌀한 도시에서의 원정만 아니었더라면 벌써 완쾌됐을 텐데 큰 문제없이 넘겨 그나마 다행이다.
역시 운동 선수는 절대 아프거나 부상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다.[21일 오후 밀워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