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IMF한파에 '누드모델 지망생 는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20일 15시 12분
누드모델 지망생이 늘고 있다.
IMF 한파 이후 "옷을 벗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누드모델협회 하영은회장(30)은 20일 "누드 모델에 관한 문의 전화가 하루 평균 20∼30건에 이른다"며 "이 숫자는 지난달에 비해 10건 가량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회장의 말에 따르면 누드 모델 지망생들의 전직은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그만 둔 공무원이나 회사원을 비롯, 대졸 미취업자 등 각양각색이다.
최근에는 실직 가장이 늘어난 탓인지 가정주부들의 문의 전화도 심심찮게 걸려온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올해 모 여대를 졸업하고 취업에 실패한 뒤 지난 3월부터 누드 모델로 나선 김영아양(25．가명)은 "낯선 사람 앞에 알몸을 드러내는 게 쑥스럽기는 했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아니냐"고 말했다.
가정주부 이영희씨(32．가명．서울 용산구 이태원동)는 "남편이 지난해말 실직을 당해 할 수 없이 누드 모델로 나섰다"며 "남편의 자존심을 위해 비밀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직업도 쉽지는 않다.
지망생 가운데 모델로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의 5%선 밖에 안된다.
두 차례에 걸친 심사 과정에서 대부분 탈락하기 때문.
나이, 몸매 사이즈, 입문 동기, 매너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데 대부분이 누드 모델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
어렵사리 합격하더라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림 모델의 경우 2∼3시간씩 한 자리에서 같은 포즈를 취해야 하는데 작업이 끝난 뒤에는 몸이 석고상처럼 굳어 여기 저기 몸이 쑤시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
사진 모델이나 광고 모델은 내면에서 우러나는 표정 연기가 무척 중요한 데 초보자들은 낯선 사람을 의식해 얼굴이 굳어지고 부자연스러워져 이내 퇴짜를 당한다고.
그럼에도 모델 지망생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은 짭짤한 수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
능력과 경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경력 3년째의 경우 월 150여만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보디 페인팅 등이 백화점 등의 판촉 이벤트로 인기를 끌면서 모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회장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모델을 지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며 "누드 모델은 결코 생각만큼 쉽지 않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