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깎아라vs죽어도 못 자른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20일 14시 32분
"죽어도 머리는 못 깎겠다."(이상훈)
구한말의 `단발령'이 100년 만에 부활한 것인가.
주니치 `열혈남아' 호시노감독과 그에 못지않은 불같은 성질의 이상훈이 벌써부터 뜨거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호시노감독은 경기중 덕아웃에서 선수를 두들겨 패기도 하는 일본 최고의 다혈질 감독.
벌써부터 주니치 관계자들은 "머리를 정리하지 않으면 일본 무대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감독의 뜻을 전한다.
그러나 성서의 삼손처럼 머리카락에서 힘이 나온다고 믿는 이상훈은 "계약조건에 헤어 스타일 조항을 넣겠다"며 긴 머리를 강력하게 주장할 태세다.
이상훈의 뒷머리는 국내에 있을 때부터 코칭스태프와의 잦은 시빗거리.
허리 부상으로 부진했던 96년에만 짧게 깎았을뿐, 감독 코치 프런트들이 모두 그 고집에 손을 들었다.
96년말부터 다시 길러 이제 2년째.
이런 사연이 깃든만큼 머리에 대한 집착도 대단하다.
이상훈의 치렁치렁한 `갈기 머리'가 과연 일본 무대에서도 휘날릴 수 있을 것인지.
하지만 6개월의 난항 끝에 어렵게 일본행을 선택한 이상훈은 목소리를 조금 누그러 뜨린다.
"이건 외모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라고 호시노감독께 설명하고 간곡하게 양해를 구해야죠. 물론 선수가 감독을 끝내 이길수는 없겠지만."
20일 일본 나고야 도착후 25일 계약 조인식 때까지 호시노감독과 이상훈이 벌일 `단발령 신경전'이 볼만하게 됐다.
[전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