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팬티를 보면 부가 보인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15일 15시 22분
14일 오후 경기도 용인의 A골프장 여자 라커룸.
방금 라운딩을 끝낸 주부 골퍼 3명이 라커에서 옷가방을 꺼내들고 욕실로 향한다.
"오늘은 눈이 왜 이리 따갑지?" "그놈의 황사땜에 깃대가 보여야지…."
이들의 수다는 옷을 벗으면서 금세 다른 쪽으로 바뀐다.
"언니, 그 팬티 어디꺼유? 얼마짜리유? 어디서 파는데?"
40대의 그 언니는 기다렸다는듯 팬티자랑을 늘어놓으면서 여간 흐뭇해하지 않는다.
이같은 풍경은 호텔 피트니스클럽이나 고급 사우나의 여자탈의실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샤워를 다 끝마친 뒤에도 팬티 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다른 사람들에게 은근히 자신의 팬티를 뽐내거나 다른 사람들의 팬티를 자기 것과 비교해보는 `사모님'들도 적지 않다.
이같은 `팬티 패션'의 등장은 여성들의 바깥 생활이 골프장이나 사우나, 헬스클럽, 수영장 등지로 넓어지면서 남에게 팬티를 보이게될 기회가 늘어났고 여기서 여성들의 허영심이 발동, 팬티를 곧 `부의 척도'로 인식하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이들이 즐겨 입는 팬티는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
이태리 직수입 브랜드 라벨라의 경우 실크 소재의 팬티@브래지어 한세트가 39만5천원으로 팬티 한장 가격이 20만원을 육박하지만 하늘하늘한 물실크 바탕에 고급스러운 레이스 장식에 매혹돼 주저없이 집어가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주부 김모씨（40．서울 마포구 공덕동）는 "친구들과 어울려 사우나에 갈 일이 있으면 일부러 제일 좋은 팬티를 챙겨 입고 나선다"며 "팬티 때문에 자존심을 상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부 여성들은 팬티로 자신은 물론 남편의 자존심을 세워주기도 한다.
얼마전 서울 L백화점에서 버버리 로고가 새겨진 남성용 트렁크 팬티를 장당 3만원씩에 할인판매한 적이 있는데 주부 고객들이 일시에 몰려 삽시간에 동이 났다.
직장여성들도 자기만족 차원에서 고가 팬티를 사 입고 있다.
서울 방배동의 `팬티하우스'를 비롯, 홍대입구 명동 강남 등 신세대 거리에 들어선 팬티전문점에는 나이 찬 직장여성들로 늘 북적거린다.
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속옷매장내 `바디클리닉'의 경우 하루 6∼7명의 여성 고객이 장당 3만∼4만원짜리 팬티를 사가는데, 거의가 20대의 미혼 직장여성이란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