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68)결혼의 풍속
기사입력 1998년 04월 12일 15시 53분
바야흐로 본격 결혼철이다.
신부의 얼굴이 좀 밉게 생겼어도, 그녀의 눈처럼 흰 웨딩드레스는 아름답기 짝이 없다.
흰색 드레스는 원래 중세부터 19세기까지 유럽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당시의 부자들은 흰색 드레스를 즐겨 입었는데 그 유래가 흥미롭다. 흰옷이 더러워져도 다시 마련할 수 있다는 우월감과 부의 과시였던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흰 드레스를 입지 못했다.
고대 그리스의 신부들도 흰색을 좋아했다. 그러나 당시의 흰색은 순결의 상징이 아니었다. 흰색은 기쁨과 환희를 의미하는 색이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미국의 신부들은 붉은 신부복을 입었다. 붉은색은 식민지 신민들의 영국에 대한 저항의식과 투쟁의식의 상징이었다.
결혼식장에는 감초처럼 으레 들러리들이 등장한다.
들러리는 옛날 약탈혼의 잔재다. 들러리들은 신랑이 신부를 납치할 때 도움을 주던 사람들이었다. 신부에게 협박과 회유, 완력과 폭력을 가하던 신랑의 친구들이 들러리였던 것이다.
신부 입장에서 보면 결혼반지의 유래 또한 즐거운 것은 아니다.
결혼반지 역시 약탈혼의 유습이다. 신부를 도둑질해온 신랑은 신부가 도망갈까봐 몸을 꽁꽁 묶었다. 결혼반지는 후일 신부를 묶었던 오라가 상징적으로 정착된 것이다.
신부에게 선물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는 중세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당시 사람들은 다이아몬드가 사랑의 불꽃으로 만들어졌다고 믿었다.
하객들은 신랑신부가 행진할 때 머리위에 오색종이를 뿌려준다. 이 오색종이는 이탈리아 말에서 유래한 콘페티라는 것인데, 다산과 다복을 의미한다.
로마인들은 아몬드나 밀, 동남아시아인들은 곡식, 모로코인과 유태인들은 계란 따위를 뿌리거나 던지는데 역시 다산과 다복의 기원이다. 우리나라의 폐백 풍습에서 대추와 밤을 던지는 것도 같은 의미다.
피로연에서 웨딩케이크를 잘라 참석자들에게 나눠주는 풍습은 로마에서 유래한다. 신랑의 가족들은 번영을 기원하며 빵의 일부를 신부의 머리 위에서 부스러뜨리곤 했다.
지금의 계단식 케이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여러 단으로 높게 만들어진 계단식 케이크는 17세기 중엽 영국을 방문한 한 프랑스 요리사가 고안한 것이다.
요리사가 어느날 아무렇게나 쌓아둔 케이크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매우 흉했다. 요리사는 아무렇게나 쌓인 케이크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변형시켜 `원조' 계단식 케이크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웨딩 케이크의 유래다.
웨딩이란 영어도 신부 입장에서 보면 유쾌한 것은 아니다. 앵글로색슨어로 wedd란 신랑이 신부의 아버지에게 지불하는 돈이나 물건을 의미한다. wedding이란, 번식의 목적으로 신부를 산다는 의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