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김인식감독님 고추짬뽕 왔어요'
기사입력 1998년 04월 12일 15시 53분
"김인식 감독님께 고추짬뽕을, 천보성 감독님께 탕수육을…."
야구 1번지 잠실구장 건너편 먹자골목에 있는 중국요릿집 빈궁의 배달원 김현민씨（26）는 98프로야구 플레이볼을 6개월 동안 기다려왔다.
김씨의 `출입처'는 잠실종합경기장.
야구시즌이 열리면 구단사무실, 선수단 라커룸, 기자실 등 `외인 출입금지'라고 써있는 곳까지 어느 곳이든 들어갈 수 있다.
또 입장권 구하기가 나랏님 뺨 때리기보다 어려운 한국시리즈나 월드컵 축구예선전 등 큰 경기 때도 김씨는 하루에도 몇번이고 드나들 수 있다.
김씨의 `철가방'이 `암행어사 마패'처럼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상징인 셈이다.
김씨는 주방에서 음식을 받을 때 배달할 장소를 들으면 누가 주문한 것인지 대략 알 만큼 단골손님의 식성을 알고 있다.
OB 김감독은 고추짬뽕 단골손님이고, LG 천감독은 가끔씩 코칭스태프와 함께 탕수육을 즐긴다.
또 해태 김성한 코치는 잠실 원정경기 때마다 짬뽕을 시키며 얼큰한 국물을 많이 달라고 해서 `철가방' 수송에 애를 먹는다.
김씨는 지난 96년부터 구장 출입을 시작해 비교적 `경력'이 짧은 편이지만 사부（師父）인 `잠실 원조 철가방' 김종학씨（29．빈궁 주방장）가 있기에 전수받은 노하우는 엄청난 셈이다.
주방에서 야구장 식탁까지 50초대에 주파하는 김씨는 "올해도 주문이 쇄도해 야구장에 가있는 시간이 길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야구가 개막한 11일에도 김씨는 기자실과 라커룸에 5번이나 출동, 산뜻한 출발을 했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