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골프] 역대 그린 명승부 '진기명기'
기사입력 1998년 04월 10일 14시 23분
올해로 62회째를 맞는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11일 중반의 고갯길을 숨가쁘게 넘어섰다.
마스터스는 4대 메이저대회중 역사는 가장 짧지만 골프사에 길이 남은 명승부와 진기록으로 가장 위대한 골프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코스가 어렵고 독특해 생긴 명승부의 전통은 첫 대회인 34년 대회부터 시작됐다.
홀톤 스미스가 마지막 홀에서 16@짜리 퍼팅을 기적적으로 성공시키며 1타차의 초대우승을 차지한 이래 극적인 승부는 계속됐고 희한한 진기록도 많이 펼쳐졌다.
[가장 위대한 명승부]
바로 2년전의 일이다.
3라운드까지 `호주의 백상어' 그레그 노먼은 `스윙머신' 닉 팔도(영국)에 6타차나 앞서 오거스타와의 악연을 끊는가 싶었다.
마지막라운드.
8번홀까지 그럭저럭 선두를 유지하던 그레그 노먼은 `아멘 코너'라고 불리는 악마의 코스에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9_10_11번홀 줄보기.
팔도와 공동선두.
승부는 가장 악명높은 파3의 12번홀에서 갈라졌다.
노먼의 티샷은 그린앞 냇가에 `물왕관'을 그렸고 보기 퍼팅까지 실패해 더블보기로 마무리한 것.
12번홀을 파로 막은 팔도는 전날까지 노먼에 6타나 뒤졌지만 마지막 라운드서 5언더파(67타)를 기록, 6오버파(78타)나 친 노먼을 무려 4타차나 따돌리며 대역전 우승하는 명승부를 펼쳤다.
[가장 위대한 챔피언]
두말할 것 없이 타이거 우즈(22．미국)다.
6회 우승을 했던 잭 니클로스(미국)를 비롯, 아놀드 파머(미국) 등 대스타들이 있지만 작년 타이거 우즈의 우승은 역대 대회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승리로 꼽히고 있다.
그것은 우즈가 마스터스 챔피언 명부에 유색인종으로는 최초로 이름을 올렸고 32년간 요지부동이었던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기 때문.
우즈는 프로데뷔후 첫 출전한 97마스터스에서 18언더파(280타)를 기록해 17언더파의 최저타수기록을 갱신한 것은 물론 2위 톰 카이트(미국)와의 차이도 12타차로 벌려 최다타수차 우승 기록도 아울러 세웠다.
우즈는 또 21년 3개월의 나이로 그린자켓을 입어 최연소 우승 기록도 작성했다.
[첫 2연패]
34년 시작된 오거스타에서 2년 연속 우승하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 였다.
그러나 영웅은 나오는 법.
65년 전성기를 구가하던 `골프황제' 잭 니클로스는 17언더파(271타)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최저타수 기록과 함께 2위와의 최다타수차(9타) 우승 기록을 작성하며 우승했다.
이듬해 니클로스는 게이 브리워와 토미 야콥스 등 2명과 함께 공동선두가 돼 2연패의 꿈이 무산되는 듯 했으나 플레이오프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 마스터스 사상 첫 2연패를 기록했다.
65년 대회서 니클로스가 세운 기록은 지난해 타이거 우즈가 깰 때까지 32년 동안이나 건재했다.
[최악의 스코어]
마스터스는 당대 최고의 골퍼들만 출전하는 대회.
하지만 악명높은 오거스타는 스타를 망신의 계곡으로 곧잘 밀어 넣었다.
최초로 망신살이 뻗친 골퍼는 일본의 토미 나카지마.
나카지마는 78년 13번 파5홀서 까다로운 그린에 휘말려 무려 13타만에 홀아웃을 하는 한홀 최다타수라는 불미스런 기록을 세웠다.
나카지마의 이기록은 2년 뒤 미국의 웨이스콥에 의해 깨졌다.
그는 12번 파3홀서 13타를 기록한 것.
이 기록은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최악의 스코어로 남아있다.
[최초의 알바트로스]
2번째 대회였던 35년 전설의 골퍼 진 사라센(96)이 그 주인공.
바이런 낼슨과 샘 스미드와 함께 올해 대회 시타를 하며 노익장을 과시한 96세의 진 사라센은 63년전 마지막 라운드 파4의 15번홀(220야드)서 4번 우드로 티샷을 했는데 그볼이 그대로 홀로 빨려들어가 홀인원겸 `제1호' 알바트로스를 기록했다.
행운의 알버트로스를 한 사라센은 승부를 플레이오프로 끌고 가 그레그 우드를 누르고 우승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18홀 최단시간]
마스터스 사상 가장 빨리 18홀을 마친 장본인은 조지 바이어와 잭 플렉.
이들은 60년 대회서 18홀을 1시간52분만에 끝내 47년 진 사라센과 조지 파지오가 세운 1시간57분의 종전 기록을 5분 단축했다.
바이어는 이날 이븐파(72타)를, 플렉은 2오버파(74타)를 각각 기록했는데 이 최단시간 플레이 기록은 아직도 깨어지지 않고 있다.
[스코어카드 오기 사건]
당대 최고의 골퍼들도 실수는 있는 법.
지난 68년 로베르토 데 빈센조는 72홀을 마치고 밥 골바이와 공동선두를 마크, 플레이오프에서 우승을 놓고 마지막 결투를 벌이게 됐다.
플레이오프를 하기 전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하고 제출한 그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17번홀(파4)에서 분명히 버디를 잡았는데 스코어카드에는 `4'로 적혀 있는 것.
이미 사인을 해 제출한 뒤여서 카드를 고칠 수 없었던 그는 눈물을 머금고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선수]
72년 찰스 쿠디는 첫라운드 6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러나 이도 잠깐 그는 7번홀서 트리플 보기를 기록하며 주저앉아 `홀인원값'을 톡톡히 했다.
또 하나, 90년 마이크 도널드는 첫라운드서 8언더파(64타)를 쳐 선두에 나섰지만 2라운드서 10오버파(82타)를 쳐 1, 2라운드의 스코어차가 무려 18타나되는 이색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사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