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이서] 탈주범과 인질 벼랑끝서 화해
기사입력 1998년 04월 07일 16시 03분
`디어 헌터'의 명성을 먹고 살아온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96년작 `선체이서'(Sunchaser)가 국내에서 공개된다.(11일 허리우드)
고통과 절망으로 얼룩진 삶을 살아온 16세 소년 블루(존 세다)와 메디컬센터에서 종양전문의로 승승장구하는 의사 마이클(우디 해럴슨)이 주인공.
의부 살해죄로 수감중인 블루가 악성종양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들렀다가 담당의사인 마이클을 인질로 탈출, 삭막한 LA의 빈민가를 비롯해 유타와 애리조나 사막 등에 이르는 여정에 나선다.
밑바닥 인생과 성공한 상류사회 명사의 만남. 극단적으로 다른 두 사람은 탈주범과 인질이라는 관계의 여정 속에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는다.
그러나 이들은 점차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갈등해소의 주요 인자는 인간과 자연이다. 삭막한 도시에서 망가질대로 망가진 블루에게 자연은 마지막 남은 희망이며, 화려한 성공에 도취해 영혼을 잃어버린 마이클에게 자연은 마음의 병을 치유해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블루의 병세가 악화돼 쓰러졌을 때, 마이클은 도주할 수 있었으나 오히려 총을 들고 인근 병원에 들어가 의약품을 훔치며 화해의 정점을 이뤄낸다.
둘의 여정을 쫓아가는 카메라도 미국 서부의 아름다운 풍광을 놓치지 않는다. 마이클 치미노 감독은 `디어 헌터' 이후 모처럼 정열적이고 광활한 시각적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냈다.
존 세다와 우디 해럴슨의 내면연기도 인상적이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