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이야기] 건달 아버지의 짧은 사랑 긴여운
기사입력 1998년 04월 01일 15시 16분
`만약 내 인생이 두달밖에 남지 않았다면….'
최민수 주연의 `남자 이야기'(심승보 감독．씨네스톰 제작)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소재면에선 `편지' `8월의 크리스마스'와 궤를 같이 한다. 두 작품이 정통 멜로 영화로 분류되는 작품인데 반해, `남자 이야기'는 액션 멜로 또는 휴먼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남자 이야기'는 죽음을 앞둔 남자의 사랑이야기에 주먹 세계의 비정한 암투, 아들에 대한 애틋한 정을 담고 있다.
영화는 최민수의 현란한 액션으로 시작된다. 최민수는 주먹 세계의 2인자. 어느날 그는 손에 마비 증세를 느끼고,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통고를 받는다.
최민수는 심복인 박상민에게 "삶이 두달밖에 남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묻고, 너스레를 떨던 박상민은 "분신인 아들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부터가 바로 이 영화의 본론. 최민수는 자신이 돌보지 않았던 옛사랑(이태란)을 지켜보고, 그가 자신의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치들을 배치한다. 부자간의 애틋한 정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강조돼 그려지고 있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얼굴은 더욱 영화를 슬프게 한다.
슬로 모션으로 진행되는 최민수의 비장감 넘치는 액션과 유치원 학예회에 홀로 남은 아이의 슬픈 얼굴이 교차 편집되는 라스트 신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신다.
`남자 이야기'는 촬영 단계부터 영화인들의 온정이 모아지며 화제를 모았던 작품. 제작사의 부도로 촬영 중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최민수가 노개런티로 출연을 자청하는 의리를 보여주었고, 박상민 신현준 등 주연 스타들도 조역 출연을 자원했다.
이러한 영화에 대한 열정과 끈끈한 팀워크가 스크린에서 느껴지는 것도 `남자 이야기'의 장점이다.
[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