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규] 연륜의 깊이만큼 우러나는 노래맛
기사입력 1998년 03월 30일 15시 44분
성주 가야산 재동이네 손칼국수, 나주 남평읍 오계리 집막골 주인 박석근, 화순 남면의 술벗 종철….
5년만에 선보인 백영규(46) 신보의 `스페셜 땡스 투'엔 특별한 이름들이 눈길을 끈다.
18개월동안 음악을 만들며 머물렀던 전남 나주 남평읍 오계리와 화순 사평에서 그를 살갑게 챙겼던 고마운 이들이다. 헤어짐이 아쉬워 열흘간이나 성대한 송별회를 치러준 이들을 추억하며 그는 `설국으로 가는 길'이란 앨범을 펴냈다.
순수한 마음만 있다면 어른들도 `눈나라'(雪國)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시작한 작업이었다. 모든 활동을 접고 고즈넉한 시골생활에 들어간 백영규는 인간의 원초적 심리를 담은 열한번째 노래집을 완성했다.
무너진 생활 속에서 다시 일어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훈련소 가는 길'을 필두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퇴색되는 마음을 다룬 `기찻길 그리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 반성하는 `숨쉬는 아침' 등이 잔잔하지만 호소력있는 백영규의 목소리에 담겨있다.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해 소개하는 타이틀곡은 `잘못된 인연'. `트로트'기가 가미된 색다른 분위기다. 만남과 인연을 소중하게 다뤄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곡.
78년 `순이생각' `잊지는 말아야지'로 데뷔, `우리 만나요' `떠나고 싶어라' `그대 품에 잠들었으면' `슬픈 계절에 만나요' 등을 부르며 노래생활 20년을 맞았다. 그러나 20년이건, 30년이건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진 않단다. 어차피 노래하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가 줄곧 찾아다닌 `설국'(雪國)은 음악속에 있었다.
[김소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