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허정무 감독의 IMF
기사입력 1998년 03월 26일 15시 14분
@…프로축구 전남의 `진돗개' 허정무（43） 감독은 요즘 입이 씁쓸하다.
`정말 계속 공부를 시키고 싶었는데….'
지난 97년부터 영국에서 유학중이던 큰 딸 화란（17）이를 불러들인 것이 올해초.
`IMF 한파'로 영국 파운드화가 2배로 급등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작년까지만해도 1년에 평균 3천만원 정도면 학비와 생활비가 모두 충족됐지만 이젠 6천만원이 넘게 들어가니 아무리 한국프로축구 감독중 최고액 연봉자（1억원）라도 두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3월초부터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곧바로 편입을 시켜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하루하루 다르게 공부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 한국 고등학교의 현실.
1학년 과정을 건너뛰다보니 진도를 맞추는 것이 너무 힘든 것으로 보여 허감독의 마음은 더욱 무겁다.
"요즘 밤샘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자곤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 다 못난 아비 탓이지."
어느덧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허감독. 축구계의 강골(强骨)로 소문난 그이지만 부정（父情） 앞에선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한국의 아버지들을 일순간 고개 숙이게 만들어 버린 IMF란 `괴물'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광양＝전용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