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아르바이트] '부처님에 금옷을 입혀요'
기사입력 1998년 03월 25일 15시 22분
요즘 세상에 금을 떡주무르듯 하며 돈을 버는 손큰 여자가 있다.
덕성여대 인문사회과학부 2학년 최은미양（20）.
그렇다고 금괴를 사들여 시세차액이나 노리는 일 따위는 아니다.
최양이 하는 일은 매우 성스럽다. 바로 부처님에게 금옷을 입히는 일이다.
최양의 일터는 서울 성북동의 인왕산 자락에 있는 불상조각연구원.
국내 불상조각의 대가인 동국대 이상배 교수（45）가 포항의 천태종 황해사로부터 의뢰받아 제작한 천불상에 일일이 금박을 입히는 것이다.
이교수가 만든 불상에 옻칠을 한 뒤 채 마르기 전에 금박을 붙이는데 일이 일이니 만큼 예술가적인 섬세한 손놀림이 요구된다.
금박은 가로, 세로 10㎝ 정도의 크기에 1만분의 1㎜ 두께로 순도 99.9％짜리다.
금박을 조각조각 잘라 높이 30㎝ 가량 되는 불상에다 붙인다.
작업도구는 정수리에 고무를 부착한 그림붓이 전부다.
금박을 고무로 찍어올려 불상에다 붙이고는 붓으로 쓸어내린다.
금박은 사람의 피부에 녹듯이 달라붙기 때문에 맨손으로 만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평평한 등이야 쉽게 처리되지만 결가부좌를 틀고 있는 다리위의 흩어진 옷자락의 경우 굴곡이 심해 여간 까다롭지가 않아요."
최양이 불상을 만난 것은 이제 겨우 한달.
솜씨가 달리다 보니 동료들이 금박 7장으로 불상 하나를 완성하는 반면 최양은 8장으로도 부족하다.
곳곳에 상처를 내 땜질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료 7명과 그럭저럭 300개의 불상을 만들었다.
오는 5월3일 석가탄신일까지 700개를 더 만들어야 한다.
최양이 불상에다 금옷을 입혀주고 받는 보수는 일반 아르바이트의 2배인 시간당 4천원.
부처님오신날이면 두둑한 용돈을 만질 수 있다.
"불상 하나하나에 혼을 불어넣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일 때문일까? 최양의 입가에는 부처의 온화한 미소가 스며있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