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서능욱 9단●강 훈9단
기사입력 1998년 03월 25일 15시 22분
제7보(101∼132)＝지난 12일 조치훈 9단이 일본 최대의 타이틀 `기성' 위를 방어함으로써 `대삼관' 3연패에 힘찬 시동을 걸었다. 80년 24세의 나이로 꿈의 `명인' 위에 오른 후 20년 가까이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의 저력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83년 그는 일찌기 전대미문의 `대사관' (일본 4대타이틀)까지 거머쥔 적이 있다. 물론 몇번의 슬럼프를 겪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랜드슬램(일본 7대타이틀을 한번 이상 차지한 기록) 또한 그가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기록.
이렇듯 일본 바둑사를 다시 쓰고 있는 조 9단으로선 더 이상 추구할 목표가 사실상 없을 정도이며 다만 `대삼관'의 연패기록을 언제까지 연장해가느냐 하는 것만 남은 셈.
또한 그것은 또다른 의미를 지니는데, 만약 조 9단이 `대삼관'의 3연패를 달성할 경우 깨지는 기록이 `본인방 10연패'의 위업. 일본의 다카가와가쿠(高川格) 9단이 세웠던 이 불멸의 기록(본인방 9연패)도 이젠 초읽기에 몰려있는 상태.
사실 이번 `기성전' 도전기는 조 9단으로선 각별한 의미가 있다. 상대가 다름아닌 일본에서 `황태자'로 추앙받고 있는 차세대 1순위의 기사 요다(依田紀基)였다는 점이다.
또한 올림픽의 금메달처럼 최고기전인 `기성' 위를 상실하게 되면 곧바로 정상의 자리가 뒤바뀌게 되는 처지였음은 불문가지.
요다 9단이 3연패 후 2연승을 거둔 뒤 제6국이 두어지기 1주일 사이 무려 2개의 타이틀을 차지해 일약 `5관왕'에 오른 상황에서 맞은 방어전이었기에 더욱 의미와 가치가 있었던 이번 도전기였다.
각설하고 반면을 보자. 흑은 거의 절망적 상태에서 1로 끊을 수밖에 없었다. 백 14까지 이렇게 될 곳이며 여기서도 흑은 15로 씌워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흑의 행마는 어떤 결단에 의해 두어진다기보다 판의 흐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론 그 결과는 차후의 문제인 것.
23까지 흑은 최대한 버틴다. 백 24 이하는 `돌려치기'의 일종으로 백이 손바람을 내고 있는 장면. 흑은 그저 백의 응수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놓고 백 32. 상하 흑 일단이 보기좋게 차단되었는데 흑의 유일한 연결수단은 일단 뻔한데….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