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59)카마수트라
기사입력 1998년 03월 25일 15시 22분
동서고금의 여러 성교육서 가운데 고대 인도인들이 남긴 `카마 수트라'만큼 유명한 작품도 없다. 세간에는 성애술과 섹스기교를 가르치는 성서(性書)로만 잘못 알려진 감이 있지만, 사실 `카마 수트라'는 고대인도 바라문의 계율서로 매우 종교적이며 철학적이고 교육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카마 수트라'는 성과 섹스에 관한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정교(情交)에 관해 기술한 부분을 보면 포옹, 키스, 체위, 구강성교, 섹스 전후의 전희와 후희 등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심지어 손톱으로 할퀴기, 이(齒)로 물기, 때리기, 울부짖기까지 성애의 기술로 전하고 있을 정도이니 고대 인도인들의 성에 대한 학구열은 놀랍기만 하다.
연애를 어떻게 하면 좋은지 방법과 기술을 알려주는 내용도 흥미롭다. `카마 수트라'의 연애편을 보면 중매자 없이 남녀가 접근하는 방법, 아내를 선택하는 방법, 아내에게 신뢰를 얻는 방법, 어려서부터 여자의 마음을 잡는 방법 등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남의 부인과의 교제방법을 다룬 타처편(他妻篇)도 있다. 타처편에는 여자의 마음을 떠보는 방법, 여자의 마음에 들게 하는 방법, 중매자의 의무, 고상한 사람들의 연애법, 남의 부인과 교제하는 방법 등에 대해 카운셀링을 하고 있다.
`카마 수트라'의 내용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아마 매춘부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매춘부편은 매춘부가 바라는 남성상, 매춘부가 정부를 즐겁게 해주는 방법, 정부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방법, 헤어진 정부와 재결합하는 방법 따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야흐로 결혼철. `카마 수트라'가 권하는 좋은 배우자감은 어떤 것일까.
이 성교육서는 `아내는 용모가 아름답고 행동이 단정하며 성질이 온순해야 한다. 그리고 몸의 모든 부분이 튼튼하고 이 손톱 귀 머리 눈 가슴 등이 골고루 박혀 많거나 적거나 크거나 작거나 하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난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자들이 히죽거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책은 이어 `이와같은 규수를 아내로 맞이하려는 남자는 자기자신이 그에 상응하여 알맞지 않으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자체 제작해 발간한 고교생용 성교육 교과서 `성과 행복'이 적나라하고 파격적이라는 일부의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매우 현실적'이라고 한다. `성과 행복'은 공자왈 맹자왈 하는 뜬구름식 성교육서가 아니라 성의 개념, 성의 역할, 생식기관의 구조와 기능, 성적 욕구, 임신 출산 임신중절 피임, 성폭력, 성병, 결혼, 옳바른 성문화 등 현실적 성문제에 대한 거의 모든 분야를 110여쪽에 걸쳐 골고루 다루고 있다.
고대 인도의 청소년들에게도, 현대 한국인의 청소년들에게도 성교육과 성교육서는 필요한 것이다. 방법과 내용은 다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