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덕화 코치 '관록이 이처럼 무서운줄…'
기사입력 1998년 03월 24일 15시 21분
프로농구 경남 LG 정덕화 코치（36）는 23일 창원에서 벌어진 부산 기아와의 플레이오프 준결승 2차전을 마친 뒤 고개를 떨궜다.
지난해 LG의 기술고문으로 위촉돼 창단 첫해만에 정규리그 2위라는 위업을 달성하는데 숨은 일꾼이었던 방 열 경원대 교수도 긴 한숨을 토해냈다.
"관록이라는 게 이처럼 무서운 것인지 몰랐어요."
정코치나 방교수는 기아가 친정집.
지난 86년 창단된 실업 기아자동차의 초대 사령탑으로 `허－동－택 트리오'를 키워내며 `기아 왕국'의 토대를 마련했던 방교수는 지난 92년 선수들과의 불화 때문에 2선으로 물러났던 비운의 지도자다.
연세대를 나와 유재학（대우 코치） 등과 함께 기아의 창단 멤버로 입단했던 정코치 역시 기아 내부의 알력 때문에 코트를 떠나야 했던 어두운 과거가 있다.
그래서 이들이 기아와 맞붙는 소감은 남달랐다.
특히 현역시절 최고의 수비선수로 명성을 떨쳤지만 늘 허 재 강동희의 그늘에 가려있어야 했던 정코치는 정규시즌 동안에도 "기아를 잡지 못하면 우리는 늘 2인자에 머문다"며 선수들을 독려하곤 했다.
1차전 패인을 분석한 정코치는 2차전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박규현 한규현 등 LG의 수비전문선수들을 체육관으로 따로 불러냈다.
허 재 강동희 등과 함께 뛰었던 정코치는 누구보다 그들을 잘 알고 있기에 선수들에게 이들의 약점을 일일이 꼽아주며 자신감을 북돋은 것.
그러나 정코치의 열의에도 2차전 역시 LG의 수비조직력은 허 재 강동희의 개인기에 무너지고 말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정코치는 풀죽은 선수들을 불러모아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아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야. 너희들은 최선을 다했어. 3차전에서도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면서.
[창원=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