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냉전의 봄(6)
기사입력 1998년 03월 19일 15시 26분
수지는 남쪽으로 쳐들어온 킹파들이 날뛰는 게 두렵기는 했지만 별다른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수컷의 생리가 암컷에게는 해코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쇠는 수지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장쇠는 `설마 때리지는 않겠지' 하고 마음을 놓고 있는 수지를 가운데에 두고 한바퀴 천천히 돌았다.
수지가 여전히 가슴을 졸이고 있는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수지의 뒤를 지나던 장쇠가 느닷없이 몸을 밀어넣는 게 아닌가.
발정기도 아닌 수지에게 짝짓기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수지는 비명을 질렀다.
암컷은 발정기가 돼야 수컷을 받아들이기 좋도록 길이 나는 법이지만 평상시에는 `비포장도로'와 다를 게 없다.
한데 장쇠는 오프로드카처럼 비포장도로에 섰다.
수지의 비명소리는 구석진 곳에 숨어 사태를 관망하던 바우의 귀에 생생하게 들렸다.
바우로서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사자공화국의 왕으로 자신의 애첩이 `폭도'들에게 당하는 것을 모른 체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바우가 나서자 곁에 있던 성칠과 시저도 뛰었다.
킹파의 `그룹섹스 파티장'이었던 사파리는 순간적으로 전쟁터가 됐다.
킹파와 바우파 모두 독이 오를 대로 올라 있는 상태여서 전쟁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바우의 상대는 킹이었다.
지난번 싸움에서 바우의 육탄공격에 앞발을 다쳤던 킹은 타고난 스피드를 이용하기 위해 충분한 거리를 두고 치고 빠지는 전법으로 나섰다.
수지가 강간당하는 것을 보고 눈이 뒤집힌 바우는 잔펀치는 맞더라도 승부를 낼 작정이었다.
킹의 발톱이 바우의 얼굴에 연달아 꽂혔다.
한주먹에 승부를 내려는 바우는 마음만 급했을 뿐 헛 주먹만 휘둘렀다.
패트롤카가 나선 것은 그때였다.
바우파만큼이나 방심하고 있던 패트롤카들은 부랴부랴 무전기로 총동원돼 사태 진압에 나섰다.
사파리에 또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나 그 평화는 잿속에 불씨를 고스란히 감추고 있는 위장된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