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냉전의 봄(3)
기사입력 1998년 03월 16일 15시 00분
따뜻한 봄 기운속 짝짓기에 열중하는 바우의 어깨 근육이 유난히 발달한 것처럼 보였다.
사실상 겨울과 다름없는 3월까지 용인 골짜기의 골방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사자들은 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뿌듯했지만 사람이나 사자나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법.
본능적으로 암컷과 짝짓기하고 싶다는 욕망이 허리 깊은 곳에서 불끈불끈 솟았다.
이런 마음은 남쪽의 바우파와 북쪽의 킹파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런 점에서 바우파는 정말 행운을 잡은 셈이었다.
보스 바우는 사파리의 최고 미녀 수지를 품고 마음껏 씨를 뿌렸고, 조직원인 성칠과 시저도 번갈아 가며 루지를 안았다.
바우파가 `봄날'을 마냥 즐기고 있는 만큼 킹파는 글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에 허덕이고 있었다.
사파리의 암컷 숫자는 뻔한데 그 암컷들을 바우파에서 독점하고 있으니 킹파는 손가락만 빨아야 했다.
암컷 공유시절 이미 바우파와 킹파를 가리지 않고 두루 섭렵했던 암사자들은 사파리가 남과 북으로 분단이 고착화되자 주로 바우파쪽에서 놀기를 즐겼다.
바우의 힘과 시저의 기교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었다.
바우파에 뒤늦게 합류한 성칠은 바우와 시저 덕분에 암컷을 품는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그날도 킹파에는 잔인할 만큼 봄볕이 좋았다.
며칠이 지나면서 발정기를 맞은 암컷들도 바뀌어 바우와 졸개들은 파트너를 바꿔 짝짓기에 한창이었다.
바우파 조직원들은 벌써 며칠째 하루도 쉬지 않고 날마다 섹스파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킹파 조직원들은 사파리의 경계선인 바위에 배를 깔고 누워 `따뜻한 남쪽나라'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킹을 비롯한 조직원들은 끓어오르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했다.
더이상 참을 수 없을 것같았다.
하루가 다르게 `헝그리 정신'으로 재무장해 가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