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착한 일했더니 팀승리 행운이'
기사입력 1998년 03월 15일 15시 45분
@…`착한 일을 하면 행운이 따른다더니….'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준준결승 나래_동양의 3차전이 벌어진 14일 대구실내체육관.
2쿼터 종료버저가 울리기 직전 심판실에서 넥타이에 정장을 한 웬 말쑥한 젊은이가 튀어나왔다.
순간 심판들을 안내해 심판실로 향하던 동양의 김백호 팀장은 이상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심판실을 나오는 그 젊은이를 쳐다보니 뒷주머니가 두둑한 것이었다. 순간 김팀장은 "잡아라"고 외치며 뒤따라갔다.
그 젊은이는 쏜살같이 체육관을 빠져나가 냅다 튀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심판실에서는 심판들의 얼굴이 사색이 돼 있었다. 한규돈 강민호 김지수 3명 심판의 손가방이 모두 없어진 것.
예전에도 이같은 심판실 도난사건이 발생해 동양구단이 모두 물어준 적이 있다는 사실을 들은 바 있는 심판들은 정신을 가다듬을 수가 없었다.
특히 한 심판은 거액이 든 통장이 손지갑에 들어있어 어쩔 줄을 몰라했다.
체육관 입구에서 경비를 서던 최석환씨는 "잡아라"하는 소리와 함께 도둑을 쫓아 수백@를 쫓아간 뒤 몸을 날려 도둑을 덮치며 잡았다.
심판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3쿼터를 위해 코트로 나갔고 금세 도둑을 잡아 물건을 찾았다는 소식을 심판들은 KBL직원의 수신호로 알았다.
3쿼터 시작 스코어는 나래가 42, 동양이 37.
재빨리 도둑을 발견하고 "잡아라"를 외친 동양직원과 무릎인대 수술을 받기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뒤쫓아가 도둑을 잡은 체육관 경비의 투철한 시민정신에 감복됐는지 승리의 신은 동양편을 들기 시작했다.
3쿼터가 끝났을 때의 스코어는 동양이 68점, 나래가 52점이었다.
만일 범인을 잡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어버려 판단력이 흐려진 심판은 분명 게임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을 것이 틀림없었다.
[대구＝이사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