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사장님] 영화사 '영구아트무비'운영 심형래
기사입력 1998년 03월 15일 15시 45분
영화감독 겸 제작자로 변신한 개그맨 심형래. 그는 이달초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에 참여해 국내외 언론의 화제인물이 됐다. 올겨울 개봉을 목표로 준비중인 SF 괴물영화 `용가리'의 해외판매가 순조롭게 진행돼 국내영화의 본격적인 해외수출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파워킹'을 제작해 160만달러 상당의 외화를 벌어들인 심형래는 `용가리'의 위탁배급을 맡은 할리우드 MFI와 브림스톤을 통해 세계 각국에 1천만달러 이상의 판매를 장담하고 있다.
바보 캐릭터인 `영구' `땡칠이' 등으로 TV 코미디프로에서 활동해온 심형래가 영화사 사장으로 탈바꿈한 것은 93년. 서울 동작구 방배동에 `영구아트무비'라는 영화사를 차린 것이 시초다. 세계무대 진출을 계기로 최근엔 `제로나인'(09)이라는 명칭도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엔 건물 두 개층에 100평규모의 사무실과 작업실을 내고 야심찬 출발을 하기도 했으나 이후 사무실을 테헤란로로 옮기면서 축소형 내실운영으로 바꿨다. 현재의 역삼동 사무실 규모는 50평의 작업실에 딸린 5평 정도가 전부. 하지만 미대출신의 조각 디자이너와 컴퓨터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전문가 등 기술제작팀만 20명이 넘는다. 평소 영화촬영을 하지않을때 3∼4명의 직원만을 두고있는 일반영화사와 달리 `영구아트무비'의 직원들은 1년 이상씩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다.
심형래는 영화사 설립 이후 첫 작품 `영구와 공룡쭈쭈'를 비롯해 `티라노의 발톱' `파워킹' `드래곤투가' 등 4편의 영화를 찍었다. 국내 SF영화 장르에선 나름대로 한몫을 해냈다는 자부심을 갖고있다. 모든 소품과 캐릭터를 순수 국산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외국영화와도 경쟁이 가능해졌다. 아직은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할 수 없지만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게 심형래의 설명.
심형래의 성공비결은 오직 한 우물만 공략했다는 점. 초창기 그는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공룡영화의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리고 몇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적어도 이 분야에선 국내의 1인자라고 자부할 정도가 됐다.
영화사를 차린 이후 그가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돈. 경기도 김포에 갖고있는 1천여평의 공장부지와 충남 서산의 땅을 팔았고 역삼동의 120평짜리 주택도 처분했다. 방송과 밤무대 활동을 하며 벌어들인 수입도 모두 투자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주변에서 만류도 했지만 `반드시 뭔가 보여주겠다"는 영화에 대한 꿈을 접을 수는 없었다.
충무로 영화인들이 "만화같은 코흘리개 수준의 영화"라며 무시할 때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황소처럼 우직하게 밀어붙였다. 부업처럼 영화에 뛰어든지 5년만에 성공한 스타사장님이 된 심형래. 그에게 방송은 이제 `아르바이트'에 불과하다.
[강일홍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