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점에 교과서가 없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13일 15시 26분
"교과서 좀 구해주세요."
최근 고교 교과서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교과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99학년도 대입수능시험이 지난 96년에 개정된 새 교과서에서 출제됨에 따라 재수생들로부터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과목은 국어 국사 윤리 공통사회 공통과학 등 주로 교육부가 편찬하고 대한교과서주식회사에서 제작하는 것들이다.
교과서란 일반 서적들과는 달리 예상 수요량보다 약간 많게 제작하는 게 보통이고, 추가제작은 흔치 않다.
그리고 서점에 나오는 교과서들은 대부분 일선 학교에 보급하고 남은 것들을 모은 재고품들이라 부족하다고 해서 금방 조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올해의 경우 교과서가 바뀌어 수십만 재수생들로부터의 수요폭증이 예상됐는데도 물량은 종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데 있다.
`교과서 전쟁'은 이미 예고된 사태나 다름없었다.
최근 재수를 시작한 딸의 교재를 구하기 위해 여러차례 서점가를 돌았다는 이용수씨（52）는 "세상에 교과서를 못구해 공부를 못하는 일이 또 어디 있겠냐"며 기막혀 했다.
교과서 판매대행 서점인 교보문고, 종로서적 등 대형서점들은 요즘 교과서를 구하기 위해 몰려드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북새통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태가 이쯤되니 서점측에서 어쩌다 몇 십권을 구해놔도 순식간에 바닥이 나고 만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뒤섞여 쟁탈전을 벌이는 통에 교과서코너는 쑥대밭이 되기 일쑤다.
교보문고 학예서적과의 위성계 대리는 "하루에 걸려오는 수 천통의 문의전화 가운데 80％ 이상이 교과서에 관한 것"이라며 "공급자 입장에서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품귀현상은 일부 대학 전공교재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신학기 개강을 맞은 학생들이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의 경우 교재인 `비판커뮤니케이션이론（나남출판사）'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이미 품절된 상태다.
나남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재고가 이미 바닥난 상태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재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종이, 필름 등 원자재값의 폭등으로 제작비 부담이 커짐에 따라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IMF한파로 문을 닫거나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출판사가 늘고 있어 교재나 기타 서적의 품귀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