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육미회집' '자리가 모자라 죄송합니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06일 15시 18분
"자리가 없어 죄송합니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이집에선 손님을 돌려보낸다.
서울 종로2가 옛날 화신백화점 뒤편의 `육미회집'(02-738-0122).
결코 작은 식당이 아니다. 1∼2층 합해 적어도 120명은 한번에 앉을 수 있다.
그래도 수십명의 손님들이 기다리다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발길을 돌린다.
점심용 오뎅백반과 점심-저녁용 회덮밥, 한치회덮밥 등 푸짐한 식단이 죄다 4천원이다. 음식점은 허름해도 맛은 비싼 집에 못지않다고 단골들이 거든다.
예전엔 메뉴판에 6가지만 적어 육미회집이지만, 지금은 메뉴가 20개도 넘는다.
박리다매(薄利多賣). 아무리 맛있어도 비싸면 `꽝'이다.
이 집 주인 김진태씨(44)가 IMF시대에 오히려 진가를 발휘하는 맛집경영 제1원칙이다.
저녁 술안주를 보자. 마늘, 은행, 양송이버섯을 따로따로 꿴 꼬치구이는 900원, 뼈없는 닭발이나 멧돼지, 염통을 꿰어 내놓으면 1천원씩이다.
꼬치 한개만 시켜도 푸짐한 오뎅국이 공짜로 나온다. 건더기 하나 달랑이 아니라, 밥한그릇 넉넉할 만큼 각종 어묵이 푸짐한 오뎅국이다. 더 달라면 더 준다.
김씨 부부는 새벽 4시면 잠에서 깬다. 매일 서울 노량진과 가락동의 농@수산물 시장에서 식재료를 직접 깎아 구입하니 값이 싸다.
주방장을 겸하는 부부의 취침시간은 새벽 1시쯤. 육미회집서 7년째 계속되는 부지런이다.
아파도 허투루 사람을 안쓴다. 열성적인 종업원은 7명 모두 친척들.
"배터리장수, 풀빵장수 등 리어카 행상만 25번을 바꿔했는데, 그때 고생에 비하면 약과지요."
10년전 담석증으로 고생할 때, 독지가의 도움으로 몸을 고친게 삶의 전환점이 됐다.
김씨는 `인생빚'을 갚기 위해 지난 92년 은행돈으로 육미회집을 개업.
어떻게 하면 맛이 있을까? 한시라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고 말했다.
육미회집의 초장과 맛간장, 오뎅국물은 제법 소문났다.
손님 사이클이 별나다. 오전11시는 직장 남성들의 `아점식사'. 점심때는 젊은 여성들이 더 많고, 오후 4시쯤 되면 `종로 노신사'들이 1꼬치에 오뎅국을 안주로 정종을 때린다. 오후 7시전에 가야 구석자리라도 건지는 저녁시간은 남녀노소 불문이다.
[조경제 기자]
◇`IMF시대 맛집경영'의 귀감이 되고 있는 `육미회집'의 주인겸 주방장인 김진태씨가 각종 어묵이 푸짐한 오뎅백반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