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 '삼성 가고싶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05일 14시 53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되 봄이 아니로다.
지난달 25일 고려대를 졸업한 현주엽（玄周燁．23）의 심정을 이처럼 정확히 짚어낸 문구가 또 있을까.
얼굴에 늘 달고다니던 사람좋은 미소도 언젠가부터 사라졌다.
오는 9일로 잡혀있는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현주엽은 두말할 나위없는 1순위 후보.
농구볼을 처음 잡은 휘문중 1년부터 한차례도 최고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그에게 이 정도의 영예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0.1t을 넘는 현주엽의 운명은 아이러니컬하게도 5g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슬 하나에 정해지는 형편에 놓였다.
특히 지난달 27일 영원한 라이벌로 불리는 서장훈（24．연세대 졸업）이 SK에 `연봉 2억원+광고출연료'를 약속받았다는 후문이 들려오면서 그의 말수는 더욱 줄어들었다.
기량이나 스타기질에서 90년대가 낳은 최고의 선수인 현주엽을 5일 고려대 체육관에서 만났다.
_최근 심경은.
▲드래프트 시일이 다가올수록 의외로 담담해진다. 일단 국내 프로행을 선택한 이상 빨리 소속팀이 결정났으면 하는 심정이다.
_요즘 하루 일과는.
▲오전엔 집근처 라마다 르네상스호텔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오후엔 모교 체육관에서 슛연습과 체력훈련을 중점적으로 갖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찍 귀가하는 편이다.
_프로농구 드래프트가 9일로 잡혀있는데 뛰고 싶은 팀이 있는가.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드래프트에서 결정된 팀에 입단할 생각이다.
_특정 구단을 꼽는다면.
▲내가 입단해서 정상에 설 수 있는 팀에 가고 싶다. 선수구성이나 잠재전력면에서 삼성이 내가 해야 할 역할이 가장 많은 팀인 것 같다.
_SK에 지명될 확률이 가장 높은데 SK에는 서장훈이 있어 팀플레이가 껄끄럽지 않겠는가.
▲장훈이형과는 중고교 5년 뿐만 아니라 대학시절에도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췄기 때문에 팀플레이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SK에 들어간다면 아무래도 손쉬운 농구를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_드래프트에서 구단이 결정되면 어느 정도의 대우를 요구할 생각인가.
▲장훈이형이 상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 이상을 받고 싶다. 단순히 돈문제를 떠나 자존심이 걸려있는 사안인 만큼 구단측이 신중히 접근해주었으면 한다.
_구체적인 액수는.
▲최소 연봉 3억원 이상은 받고 싶다.
_만약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그럴리야 없겠지만 최악의 경우 군에 입대할 참이다. 이후 방안은 그때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_심심찮게 `빅 딜'도 거론되고 있는데.
▲그 문제는 드래프트에서 입단할 구단이 결정난 이후에 입장을 밝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