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진위논란 근대작품들 검증없이 전시
기사입력 1998년 03월 05일 14시 53분
국립현대미술관의 근대미술 접근 자세가 위험하다는 지적이 높다.
`한국근대미술사 바로쓰기' 첫신호탄으로 `근대를 보는 눈'전(8일까지)을 마련한 국립현대미술관이 근대성에 대한 연구부족은 물론, 진위시비가 이는 작품을 `진위 확인' 과정없이 무사통과시키는 등 잡음을 낳고 있는 것.
특히 문제의 작품은 95년 진위논란이 일었던 김관호의 세 작품과 전시중 미술관측이 작품을 철거한 김용조의 `독서하는 여인.'
`독서하는 여인'은 지난 88년 계간미술이 발굴기를 실었을 때도 오영재씨가 자신이 원작자라고 밝힌 적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또 김관호의 세작품－`정자가 있는 풍경'(1916년) `산과 강이 있는 풍경'(1916년) `친구의 초상'(연대미상)－은 이번 전시의 실행위원겸 자문위원인 윤범모씨(경원대교수)가 95년 발굴, 자신이 큐레이팅한 95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출품했다, 이태호교수(전남대)가 `회화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위작의 의심을 표했던 것. 이번 전시 전에도 자문위원인 이구열씨가 위험성을 지적했음에도 무시됐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김희대 연구관은 "김관호의 문전특선작 `해질녘'은 공모전용으로 특별히 잘 그린 작품이므로 기준작이 될수 없다"면서 "1916년 매일신보에 실린 김관호의 거친 터치의 풍경화가 이번 3점과 비슷한 화풍이어서 판단근거로 삼을만 했다"고 대답.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진위 논란이 일던 작품은 일단 `유보'하고 폭넓은 `검증과정'을 거치는 것이 상식인데, 섣불리 전시한 태도는 자칫 진실을 오도하고 작품값만 올릴수 있는 위험한 태도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 이태호교수는 "인쇄상태가 조악한 80여년전 신문의 작은 사진을 판단근거로 삼았다는 주장은 놀랍다"고 반박하고 있으며, 오광수 환기미술관장도 "기존 작품을 보면 김관호는 섬세한 사실적 표현을 하는 작가인데, `자화상' 등은 야수파풍의 그림으로 의문시된다"고 논평했다.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