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마스터클래스' 윤석화 완벽재현
기사입력 1998년 03월 02일 14시 35분
연극배우 윤석화가 금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로 변신, 호연을 펼치고 있다.
그는 극단 돌꽃 컴퍼니－여인극장이 공동제작, 지난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 `마스터 클래스'(테렌스 맥날리 작, 강유정 연출)에서 불꽃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것.
`마스터 클래스'는 일류 음악가들이 지도하는 실기 세미나. 칼라스가 선박왕 오나시스와 이별하고 목소리까지 나빠져 은퇴한 뒤 줄리어드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내용을 극화시킨 작품.
음대의 실습실로 꾸며진 무대를 배경으로 학생들에게 펼치는 오만하고도 무례하며 거칠기 짝이 없는 수업과 칼라스의 파란만장한 사랑과 애증 그리고 예술에의 열정이 그려진다.
윤석화는 세기적인 프리마 돈나의 인생에의 열정과 고독 그리고 타협이 없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탄탄하고 야무진 연기력에 실어 재현해낸다.
한 인간의 삶에 얼룩진 눈물이 있으나 감상적이지 않고 웃음이 있어도 가볍지 않은, 그러나 봄비처럼 마음을 적셔주는 따뜻한 인간애를 담아내는 것.
"예술을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내놓으세요, 아니라면 이 분야를 떠나세요. 타협이란 있을 수 없어요"라고 외치는 윤석화의 모습에서 진지한 예술혼을 잃어버린 요즘의 세태에 신선한 자극을 전해준다.
반주자역의 대런 모티스와 노영심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뮤지컬 배우 류정한과 성악가로 첫 연극무대에 선 이유라 조진용의 노래 솜씨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좀더 적극적이면서도 디테일이 살아나는 자연스런 연기가 아쉽다.
관객 김은하씨(서울 서초구．학생)는 "칼라스의 혼이 느껴지는 무대였다"면서 "칼라스가 출연했던 오페라 장면의 실연이나 활동 모습이 다양하게 영상으로 처리되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극중 대사 중에 이탈리아어가 너무 많아 작품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됐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가볍고 감각적인 것들이 판치는 요즘, 한 인간의 솔직한 삶과 예술적 고뇌 그리고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살았던 위대한 영혼의 무게가 느껴지는 꼭 볼만한 무대였다. 기립박수가 그 증거이다. 22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금 토 오후 3시, 7시30분. 일 오후 3시. (02) 745_8497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