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조용히 안하면 혜순이 결혼 취소'
기사입력 1998년 02월 24일 15시 22분
젊은 남성들이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로 매년 조사때마다 1위를 차지하는 비결은? 아마도 건강미인이라는 점일게다.
작년말 마곡동 아시아나항공 교육원의 모의 비행기. 그날 따라 무슨 축제 분위기다.
멀리서부터 웬 여자들의 살랑살랑한 웃음소리,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한참을 자우림의 `헤이 헤이 헤이'를 뽑아버리더니 다음은 임상아의 `저 바다가 나를 막겠어'. 노래도 프로급이고 분명히 어디서 자주 들어보던 목소리인데….
그 노랫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의 혜순이 김혜수다.
`무슨 좋은 일이 있길래 저리 신바람이 났을꼬. 그럼 그렇지. 오늘이 혜순이 시집가는 날이군.'
MBC 일요 아침드라마 `짝'에서 오랫동안 찜해 놓았던 이종원과 김혜수가 결혼하는 기내 결혼식 장면 촬영이 있던 날. 웨딩드레스를 한껏 차려 입고 드디어 김혜수가 등장했다.
여기 저기서 휘파람 소리에 공주 표정을 지으며 한껏 신이 난 김혜수. 계속되는 장난과 농담. 근데 저 신랑은 왜 그렇게 얼굴이 굳어있는건가?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검은 예복을 입고 멀리서 이 작은 소란을 지켜보는 근엄한 표정의 이종원.
"아무래도 혜순이가 시집가는 게 아니고, 종원씨가 장가오는 것 같은 분위기야."
이모 임예진의 톡 쏘는 한마디. 하여간 입심 좋기로 유명한 `짝' 식구들이 한데 모였으니….
`평소 3시간 정도면 끝날 촬영이 오늘은 끝이 없겠군.'
김윤철 PD의 한숨 소리가 비행기를 울린다.
드디어 결혼식이 무사히 끝나는 순간.
"마지막으로 신랑은 신부에게 사랑의 표시로 키스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주례의 멘트가 끝나자 마자 김혜수의 장난기가 극에 달한다.
"아니, 평소에 혜순이가 훨씬 적극적이었으니까 제가 먼저 뽀뽀 할래요."
하면서 이종원의 목을 잡아당긴 채 혀를 날름거리면서 입맛을 다시는데, 남세스럽게 멍하니 바라보는 식구들을 대표해서 길용우가 한마디.
"그 큰 입 뒀다 뭐하냐? 아예 잡아먹어라 먹어."
그때까지 웃음을 참고 참은 식구들이 눈물 나도록 웃고 떠드는게 절정에 달하는 순간.
참다 못한 김윤철 PD 씩씩거리며 호통을 친다.
"제발 조용히 좀 하고 촬영좀 합시다. 안그러면 혜순씨 시집 안 보내 버려."
김민성（MTM대표．대경전문대 연영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