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사장님] 김종결 '생고기 전문집'
기사입력 1998년 02월 22일 15시 50분
`왕창 갈비탕 개시！'
서울 여의도 MBC 근처 증권타운 한일은행 빌딩 지하의 `주신정'.
생고기 전문집인 이곳에 최근 새로 나붙은 메뉴의 이름이다. 푸짐한 갈비는 물론이고, 밤 대추 버섯 등 각종 재료비만 어림잡아도 5천원은 더 돼 보인다. 하지만 손님이 식사후 계산해야 할 돈은 5천원. 결코 남을 것같지 않은 장사다.
"벌만큼 벌었어요. 꼭 수판알 굴려야 하나요."
`왕창 갈비탕'은 이곳 사장인 중견 탤런트 김종결(54)의 경영철학을 대변해 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
샘솟는 아이디어, 아낌없는 서비스 정신이 주신정을 불황없는 식당으로 이끌고 있는 비결이다. 100여평에 종업원이 30명이지만 빈자리가 있는 날이 거의 없다.
제비추리, 아롱사태, 등골, 양지머리, 생불고기, 곱창전골 등 쇠고기의 모든 것을 갖춘 것은 물론, 주신정만의 `튀는 메뉴'가 수두룩하다. 설악산 오색약수로 지은 파란밥, 1년 묵은 김치, 집에서 담근 게장, 계절에 따른 특선 메뉴 등. 그날 잡은 고기만 이용하는데, 고기 정량을 측정하는 직원을 따로 뒀을 정도로 정직하다.
김종결이 부업인 주신정에 전력투구하는 사연은 소설의 한토막 같다.
지난 67년 3월 TBC에 입사한 그는 1년 뒤 서울 명동의 코스모스 백화점 앞에서 도자기 가게로 부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연예인이란 직업이 불안정했기 때문.
하지만 방송일이 바빠 형에게 맡기고 본격적인 부업은 식당으로 시작했다. 여의도에 연 30여평의 `신정'이란 식당이었는데 돈을 갈퀴로 긁듯이 벌어 들였다. 두달만에 식당을 두배로 늘렸고, 이를 발판삼아 토속 음식점, 오락실, 커피숍 등도 속속 개업했다.
그러나 빚까지 내가며 문어발식 확장을 하다보니 이익을 보긴 커녕 주력업체인 신정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점포를 모두 정리했다.
한동안 방송일만 하던 그는 노주현씨의 피자집 개업식에 가다가 또다시 사업의욕이 발동한다. 있는 돈을 다털어 용산 전자상가에 대규모 햄버거집을 열었다. 여기서 꽤 재미를 봤다. 밤무대도 나갈 필요가 없었다.
그러던 93년 여름. 그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었다.
전자상가에 불이나 가게가 전소됐던 것. 충격에 휩싸여 병원과 기도원도 찾았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주위의 따뜻한 격려때문이었다.
함께 식당을 했던 주방장은 교통사고 보상금 2천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화재보상금과 주위의 지원금, 남은 돈을 다 털어 4년전 다시 재기한 게 지금의 주신정이다.
옛손님들은 잊지 않고 찾아 주었고, 이때부터 김종결은 손님을 `은인'으로 부르고 있다.
"솔직히 돈 잘 법니다. 손님이 진정 고맙다고 느껴지면 뭐든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저절로 박리다매가 되는 거죠."
김종결은 최근 각종 기업체 등에 나가 주신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서비스 노하우'를 전파하는 명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유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