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SK여자농구단 해체' 유감
기사입력 1998년 02월 12일 15시 23분
SK증권 여자농구단의 전격적인 해체발표가 농구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IMF 한파'로 이미 스포츠팀의 `해체 도미노현상'이 곳곳에서 진행돼 `해체 둔감증'이 만연한지 오래지만 해체도 해체 나름이다.
SK증권 농구단은 아직 그 열기가 채 식지도 않은 97∼98농구대잔치서 우승한 최고 명문구단이며 유영주 정선민 김지윤 등 국가대표 여자농구팀 베스트멤버를 고스란히 보유한 알토란같은 팀이다.
특히 SK증권은 오는 23일 출범할 예정이었던 여자프로농구리그의 5개 정회원팀중 하나였으나 갑작스런 해체 결정으로 WKBL（한국농구연맹）은 리그 개막을 오는 7월로 연기해야만 했다.
덩달아 오는 16일 광주에서 창단식을 가질 예정이던 `신세계 쿨캣' 여자농구단도 창단을 무기연기하는 등 `SK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SK측의 이번 결정은 어려운 기업사정을 십분 이해한다하더라도 성급하고 무책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스포츠팀은 결코 기업의 `노리개감'이 아니며 잘 나갈 때 충분한 홍보효과를 누린 만큼 어려울 때의 `책임'도 수반되기 때문이다.
SK측은 "구단 매각을 위해 최대한 노력했으나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부득이 팀해체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0일까지만해도 SK증권의 감독과 프런트가 WKBL사무실에서 프로리그 출범 준비에 땀을 흘렸고 WKBL의 고위관계자들 조차 SK증권측으로부터 어떤 도움 요청도 받은 사실이 없을 정도로 SK측의 자구 노력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스포츠관계자들은 "프로농구 SK가 15억원으로 예상되는 서장훈의 스카우트에 총력을 쏟으면서 연간 10억원이면 운영이 가능한 여자농구단을 자금난으로 해체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성토하고 있다.
팀해체를 발표하면서 SK측은 "앞으로도 다른 기업으로의 농구단 인도를 위해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약속을 공약（空約）으로 끝내지 말고 그룹의 명예를 건 `진정한 노력'을 해줄 것을 SK측에 간곡히 당부한다.
[조석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