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 유학생들 오라'
기사입력 1998년 02월 10일 15시 43분
`학비포기 세일'.
호주 캐나다 등 한국 유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나라의 어학연수원들이 `한국 유학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에 `IMF한파'가 몰아치면서 한국 유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운영난이 가중되자 앞다투어 학비를 깎아주는 등 좋은 조건들을 내세워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것.
최근 국내의 유학원들을 통해 들어오는 해외 어학원들의 제안은 가히 파격적이다.
학비 50％ 할인.
이쯤되면 한국 유학생들을 상대로 한 돈벌이는 거의 포기한 셈이다.
한국 학생들이 주류를 이뤘던 일부 어학원들이 폐교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급한대로 현상유지만이라도 하자는 계산인 것이다.
호주 APC 어학원의 경우 올초 학비 20％ 할인을 제안했다가 최근 40％로 정정, 학비가 IMF시대 이전보다 더 떨어졌다.
종전 6개월 학비가 약 420만원이었으나 환율이 치솟은 지금 한국 유학생들이 부담해야 할 돈이 700만원을 육박하지만 오히려 385만원만 받기로 했다.
여기에다 하숙집 주인들을 설득, 하숙비도 10％ 낮췄다.
시간당 1만∼2만원짜리 고급 아르바이트 알선 정도는 기본조건이 됐다.
하지만 유학생이 늘어날 기미는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주한 호주대사관측에 따르면 작년 1월 한달 동안 호주로 장－단기 어학연수를 떠난 유학생이 1천명을 상회한 반면 올 1월의 경우 300명에 불과했고, 방학이 끝나가면서는 거의 발길이 끊어졌다.
서울 혜화동의 에듀투어 유학정보센터 김수한 원장은 "지난달 에듀투어를 통해 어학연수길에 오른 학생이 7명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해외 어학원들의 파격적인 제시에도 불구하고 한국 학생들의 위축된 마음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유학 준비생들의 경우 "이제와서 50％나 깎아 주겠다니 그동안 학비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있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불쾌한 감정까지 드러내고 있는 실정인 만큼 당분간 유학길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