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일본기자들 진짜질문 'IMF'
기사입력 1998년 02월 09일 15시 23분
나가노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선수단의 김상겸 단장은 8일 각국 기자들이 모여 있는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 일본의 보도진들을 상대로 기자 회견을 가졌다.
한국의 메달목표와 선수들의 훈련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한 일본 기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한국선수단의 성적이나 메달후보들의 근황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쇼트트랙에서 몇 개의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한 기자의 통과의례와 같은 질문이 지나간 뒤 정작 이들이 무엇을 알고 싶은 것인가를 알게 해주는 `진짜 질문'이 쏟아졌다.
"이번 올림픽에 선수단이 너무 적게 참가한 것 아닙니까?"
"참가비용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올림픽 참가에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김단장의 자존심 상하는 해명도 이들에게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한국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라에 돈이 없으니 혹시 메달을 따지 못하는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지는 않느냐"며 노골적으로 묻기도 했다.
하기야 며칠전에는 일본의 유력일간지에 `국제대회만 열리면 대규모 취재단을 파견하던 한국이 이번에는 경제난으로 10여명 밖에 보내지 않았다'는 `분석기사'까지 등장했으니 이같은 처절한 질문공세는 예정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수（匕首）같은 질문공세를 받아넘기느라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진땀을 흘리는 김단장의 모습을 보면서 나라가 흔들리면 어떤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나가노=김석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