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도] (34)남근봉납제
기사입력 1998년 02월 09일 15시 23분
풍요를 비는 남근봉납제(男根捧納祭)는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풍습이다. 특히 농경사회나 어촌사회에서는 이런 제의행위가 두드러진다.
그중에서도 서아시아 지역에서 행해지던 `아티스제(祭)'는 충격적이다.
서아시아 사람들은 풍요의 여신이며 모든 신들의 어머니인 키벨레와, 그리고 여신이 사랑했던 젊고 아름다운 목동 아티스를 숭상해 오랫동안 둘을 기리는 `아티스제'를 행해왔다.
`아티스제'는 자연의 대원칙인 죽음과 재생의 의식인데, 이 기간 동안 남자들은 남근을 몸에서 잘라내 여신에게 바쳤다. `아티스제'의 셋째날이 바로 `피의 날'이다. 이날 남자들은 트랜스 상태에 빠져 겁도 없이 잘랐다.
제의에 사용한 남근은 버리지 않고 키벨레의 성전 지하실이나 땅 속에 매장했다.
우리 전래풍습 가운데도 남근봉납제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약게도 생(生)남근이 아닌 나무나 돌로 만든 남근을 바쳤다. 이런 풍습은 특히 강원도 지방에 퍼져 있다.
남근 봉납풍습은 공동체의 무사평안과 풍어 풍작을 기원하고, 처녀귀신의 원혼을 달래 불행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생겨났다.
신남에서는 나무로 만든 남근을 바치는데, 성교를 통해 생산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함이다. 안인진 서낭제에서는 남녀서낭의 위패를 합위시키기도 한다.
봉납제나 서낭제가 끝나면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남근을 집으로 싸가곤 한다. 제물로 사용됐던 남근을 집에 두면 부자가 되고 집안이 화목해진다고 믿는 것이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10일부터 2일간 강원도 삼척시에서 개최되는 죽서문화제에서 `남근(男根) 깎기 대회'라는 이색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원덕읍 신남리 해신당에서 매년 정월대보름 때 열리는 해신제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란다.
400여년 전 신남리에는 장래를 약속한 처녀총각이 살고 있었다. 처녀 총각은 마을앞 바다에서 미역을 따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이때부터 젊은이들이 바다에 나가기만 하면 사고를 당하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화를 피하기 위해 해안가에 해신당을 짓고 분홍치마와 노랑저고리 차림의 처녀여신 화상을 모신 후 정월대보름과 10월 축일(丑日)에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
해신제의 기원이 되고 있는 이 지역 전설이다.
지금도 주민들은 이들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해 제사 때마다 10여개의 남근을 깎아 새끼줄로 엮어 해신당의 처녀화상 옆에 걸어주고 있다. 이번 `남근 깎기 대회'는 이런 풍습을 시민들의 축제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